박원순 사건 ‘직권조사’ 결정한 인권위…“서울시 권고안 이행 약속해야”

입력 2020-07-3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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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 사회적 요구 커져…여가부 "현장점검 결과 여러 문제 드러내"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의실에서 제26차 상임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국가인권위원회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특히 애초 계획과 달리 여성가족부가 서울시 현장점검 결과를 공개하는 등 진상규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진 만큼 서울시가 사후 조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인권위는 30일 상임위원회 정례회의를 열어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해 직권조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경찰 수사와 별개로 해당 사건 전반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충실한 직권조사가 뒷받침 돼야한다. 인권위는 2018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서지현 검사의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에 들어갔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5개월 만에 종결했다.

당시 서 검사의 법률대리인이던 김재련 변호사는 인권위에 안 전 국장의 성추행 의혹과 2차 가해를 조사해달라며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진정을 접수한 다음 날 브리핑을 열어 해당 사건을 비롯해 검찰 전반의 성희롱ㆍ성폭력 문제를 직권조사하기로 했다며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각하’로 종결 처리됐다. 인권위는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도 않았다. 이후 지난해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서 검사 사건은 재판 중이라서 각하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수사기관과 달리 구속력이나 강제성이 없어 형식적인 조사에 그칠 수 있다.

특히 서울시가 제도개선 요구 등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추가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

'2019 국가인권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3년간 인권위는 총 20건의 직권조사 권고를 했다. 이 가운데 8건만이 인권위의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했고 4건은 일부 수용, 1건은 불수용으로 나타났다.

이번 직권조사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의지가 중요하다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인권위의 직권조사 권고안은 물론 여가부의 개선 대책 역시 전반적으로 수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직권조사 권고안은 결과가 나온 후에 판단하겠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는 게 먼저"라면서도 "권고안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적인 수용을 말하기엔 이르다"고 설명했다.

인권위 비상임위원을 역임한 배복주 정의당 여성본부장은 “인권위의 적극적인 조사를 전제로 서울시가 확실하게 권고안을 이행하겠다고 (사전에) 약속해야 진실이 어느 정도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여가부는 범정부 성희롱ㆍ성폭력 근절 추진점검단이 28~29일 서울시를 상대로 성희롱ㆍ성폭력 방지조치에 대한 현장점검 결과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서울시가 피해자인 전직 비서에 대한 보호 방안을 아직도 마련하지 않았고, 성폭력 사건 고충처리시스템에는 정보유출 우려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더불어 서울시의 성희롱·성폭력 고충처리 시스템은 피해자 보호·조사·징계 절차가 복잡하고 가해자 징계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했다.

여가부는 이번 점검 지적 사항들과 관련해 서울시에 재발방지대책을 세워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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