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시정 24시] 대한민국을 덮친 ‘워터 포비아’

입력 2020-07-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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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 차장

대한민국이 ‘워터(수돗물) 포비아(공포증)’에 빠르게 휩싸이고 있다.

인천 서구 지역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애벌레)이 발견된 이후 서울, 부산, 경기도 등 전국 곳곳에서 신고가 폭주하고 있다. 유충 발견 첫 신고일인 9일 이후 20일이 지났지만 당국은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달 22일 기준 전국에서 접수된 수돗물 유충 관련 민원은 모두 1314건이다. 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스트레스가 심한 대한민국 국민들 사이에 수돗물에 대한 불안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정세균 국무총리가 “수돗물 유충과 관련해 전국 정수장을 긴급 점검하라”고 지시했지만 10여 일이 지난 상황에서 정부의 뒷북 대응이라는 논란도 나오고 있다. 정 총리는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수돗물이 공급·관리되도록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 때문에 수돗물 불순물을 걸러주는 수도꼭지·샤워기 필터가 없어서 못 파는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은 최근 일주일간 샤워기 필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00%나 급증했다. 인천 지역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에선 한 점포에 생수 2000개를 한꺼번에 주문하는 웃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상수도 관망은 최고 수준의 공급능력과 품질을 자랑하는 전력망과 비견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수도 보급률이 99.2%(2018년 기준)에 달하며 상수관망 총연장이 22만㎞에 이를 정도로 구석구석 뻗어 있다.

정부는 최근 10년 동안 노후수도관과 노후정수장 교체·신설에 국비와 지방비를 합해 매년 수조 원을 쓰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수돗물 음용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서울시의 아리수처럼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수돗물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음용률을 9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대한민국의 수돗물은 안심할 수 있어 식수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수돗물에 대해선 긍정적이지만 대부분은 정수기를 이용하거나 생수를 사 먹는 등 직접 식수로 사용하는 예는 10%도 채 되지 않는다. 2017년 상하수도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은 7.2%에 그칠 정도로 불신이 크다. 국민들은 붉은 물이 쏟아지고 깔따구 유충이 섞여 나오는 정부와 지자체의 수도행정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와 비교해도 수돗물 음용률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일본, 프랑스, 캐나다 등 11개 회원국에서 평균 51%의 응답자가 ‘수돗물을 그대로 먹는다’고 답했다.

2012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세계 물맛대회’ 수돗물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7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의 수돗물이 세계 대회에서 우수한 품질로 알려졌다 해도 해마다 사고가 터지면 누가 믿고 마실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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