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오지랖과 아양

입력 2020-07-27 17:13수정 2020-07-2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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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오지랖이 넓어도 너무 넓어.” “윗사람에게 아양을 부리는 모습이 영 마땅찮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두고 종종 쓰는 관용적 표현, ‘오지랖이 넓다’와 ‘아양 부리다’. 우리는 이 일 저 일 참견하고 간섭하는 사람을 ‘오지랖이 넓다’고 표현한다. 또 귀염을 받으려고 알랑거리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고는 ‘아양을 부린다’고 한다.

오지랖과 아양은 어떤 뜻일까. 이들 모두 전통 한복(장신구)과 관련이 있다.

오지랖은 한복의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말한다. 오지랖은 옷의 안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여밀 수 있을 정도의 폭이면 된다. 그런데 다른 자락까지 덮는다면 오지랖이 넓은 것이다. 오늘날 자기 일뿐만 아니라 남의 일까지도 참견하고 간섭하는 사람을 오지랖에 빗대어 ‘오지랖이 넓다’고 쓰게 됐다. 대체로 상대의 행동에 대한 못마땅함에서 비롯한 간섭이기 때문에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간혹 ‘오지랖’인지, ‘오지랍’인지 헷갈려 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발음에서 오는 혼동 때문이다. 연음법칙을 생각해 발음하면 받침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오지랖이 넓다는 [오지라피 널따]로 발음되기 때문에 받침이 ‘ㅂ’이 아니라 ‘ㅍ’이다.

아양의 어원은 아얌이다. 겨울에 여자들이 나들이할 때 춥지 않도록 머리에 쓰는 쓰개를 뜻하는 아얌이 오랜 세월을 거쳐 어형도 변하고 의미도 바뀌어 아양이 됐다. 그런데 방한모에서 귀염을 받으려 알랑거리는 행동으로 어떻게 의미가 바뀌었을까. 아얌은 추위를 막기 위한 용도이기도 했지만, 장신구 역할도 했다. 앞쪽에 붉은색의 수술 장식, 뒤쪽에 댕기처럼 길게 늘어뜨린 비단(아얌드림)으로 만들어진 아얌을 쓰고 걸어가면 수술 장식과 비단이 흔들거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된다. 이 모습이 남의 시선을 끌기 위해 알랑거리는 행동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를 빗대어 ‘아양 부리다’는 표현을 쓰게 됐다.

‘오지랖이 넓다’는 상대가 원치 않는 데도 참견, 간섭할 때 많이 쓰이기 때문에 보통 부정적 의미다. ‘아양을 부리다’는 어린아이의 애교와 같이 예쁨, 귀염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부정적 의미뿐만 아니라 긍정적 의미로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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