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파국 맞은 제주항공의 이스타 인수…항공업계 합종연횡 요원해지나

입력 2020-07-23 10:48수정 2020-07-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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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진척 없어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제주항공이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다. 작년 12월 인수합병을 발표한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불투명한 만큼, 업체 간 합종연횡으로 자연스레 이뤄질 줄 알았던 항공 시장 재편은 요원하게 됐다.

◇ 코로나19로 재정적 부담 증가 = 제주항공은 23일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했던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공시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접은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결정적인 역할을 미쳤다.

지난해 12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발표했을 때만 하더라도 항공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존재했다. 일본 불매 운동 여파로 일시적인 부진을 겪었지만, 여행 수요 자체는 탄탄했기 때문이다.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사장(현 AK홀딩스 대표)은 “인수를 통해 LCC(저비용항공사) 사업모델 운영효율을 극대화해 LCC 선두지위를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국내외 여행객 수가 대폭 감소한 것이다. 화물 영업보다 여객 수요 의존도가 상당히 큰 LCC로써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행 수요 급감으로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제주항공의 부담감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 2018년 12월 말부터 자본잠식률 50%에 육박했던 이스타항공은 작년 말부터 100%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제주항공 또한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분기 영업손실 657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전환됐다. 1분기 기준 현금ㆍ현금성 자산은 680억 원에 불과하다.

제주항공은 이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며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인수 단계서 일어난 구조조정 지시 논란 =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양측의 감정싸움도 인수합병 불발에 영향을 미쳤다. 제주항공이 인수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6일 양사 경영진의 녹취록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녹취록을 근거로 “제주항공이 당사 구조조정, 셧다운 지시에 관여했다”고 비판했다. 제주항공은 바로 다음 날 이스타항공 노조의 주장은 허위라고 반박하며 “인수 과정에서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조짐이 보이자 정부도 뒤늦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3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차례로 만나 인수합병 성사를 당부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약속한 1700억 원 규모의 지원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결국 제주항공이 갚아야 할 금액”이라며 “항공 시장이 악화된 상황에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는 여러모로 리스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 HDC현산의 아시아나 인수도 무산되나 =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면서 업계의 관심은 이제 HDC현산과 아시아나항공으로 쏠리게 됐다. HDC현산은 제주항공보다 앞선 작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했다.

하지만 그 이후 인수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HDC현산은 지난달 채권단인 산업은행에게 “계약 체결 당시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여러 상황이 명백히 확인되고 있다”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견해차 좁히기 위해 정몽규 HDC현산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최근 여러 번 만났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러시아를 끝으로 해외 기업결합 승인 절차는 마무리 됐지만, HDC현산은 여전히 별다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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