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 진상규명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가 이뤄지면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의 자체 조사는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길 기대한다고 표명했다.
22일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긴급브리핑을 열고 “진상규명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가 이뤄지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현재 진행 중인 방조ㆍ묵인, 피소 사실 유출 등과 관련한 경찰과 검찰 수사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전 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은 이날 오전 11시께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는 책임의 주체”라면서 “외부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 차원의 긴급 조치와 직권조사, 진정조사가 진행되는 것이 최선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지원단체가 서울시가 구성하기로 한 ‘합동조사단’에 참여를 거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는 피해자 측에서 다음 주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겠다고 한 만큼 그에 발맞춰 조사에 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황 대변인은 “서울시는 하루빨리 적극적으로적 조사와 진실규명이 이뤄지길 희망한다”며 “서울시는 지금 사태에 책임 있는 주체로서 조사, 수사 모든 과정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차별과 성희롱적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자체적인 노력도 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서울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를 수용하면서 내부 자체 조사는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자체 조사에서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 대변인은 “피해자 측이 제3의 기관에 진정을 넣는 상황에서 우리 자체적으로 규명하다가 또 다른 오해를 만들 수 있다”며 “조사 과정에서 말 맞추기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거나 직원들 간에 불협화음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자체 조사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날 피해자 측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내용에 관해서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앞서 피해자 A 씨의 변호를 담당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피해자가 서울시청 내 인사담당자 20여 명에게 부서 이동 전과 후 수차례 고충을 호소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황 대변인은 “20명의 기관을 특정해서 말하지도 않았고, 인사담당자라고 하는데 비서실에 특별히 인사담당자가 있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성폭행ㆍ성희롱과 관련해 매뉴얼을 점검하기로 했다. 자체 매뉴얼이 일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만큼 제도적으로 바꿔야 할 것과 일상적으로 바꿔야 할 것들을 조만간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