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 전쟁은 옛말”…대형마트 ‘가격’에서 ‘신선’으로 핵심전략 전환

입력 2020-07-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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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ㆍ편의점, 신선식품 강화 대응 롯데마트 수산물 ‘당일판매 당일폐기’ ㆍ홈플러스 닭 유통기간 1일로 단축

(사진제공=롯데쇼핑)

대형마트의 사업 전략이 ‘초저가’에서 ‘신선도’ 강화로 바뀌고 있다. 업계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10원’ 가격 전쟁에 나서며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최저가 경쟁을 벌였으나, 과도한 가격 경쟁이 실적 저하로 이어지자 경쟁 구도가 완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대형마트의 신선도 경쟁력 확보는 이커머스와 편의점의 신선식품 카테고리 침공에 맞서기 위한 비장의 카드이기도 하다.

24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수산물에 대해 ‘당일 판매, 당일 폐기’ 지침을 강화했다. 매장에서 유통기한이 설정된 상품을 제외하고 당일 소분 또는 손질한 수산물에 대해 ‘당일 판매, 당일 폐기’를 진행하고, 지역별 포구에서 당일 새벽 경매한 상품을 해당 권역 점포에 ‘당일’ 입고해 판매하는 수산물 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난해 8월부터 로컬 MD(상품기획자)를 별도로 운영해 영남권 27개점에서 운영하던 로컬 수산물을 현재 충청도와 호남 지역까지 47개점으로 확대했다. 로컬 수산물 품목도 30% 늘려 각 권역에 맞게 수산물을 최상의 선도로 제공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보령과 군산 등 지역 포구로 로컬 수산물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육류 제품 신선도에도 힘을 준다. 2016년 대형 유통업체 최초로 동물복지 인증 닭고기를 판매 중인 롯데마트는 이듬해부터 취급 상품 수를 확대하고 있다. 2017년 13개에 불과했던 동물복지인증 닭고기 수는 지난해 27가지로 2년 만에 2배 늘었고 관련 매출도 신장하고 있다.

이마트도 이달 초 초복을 앞두고 대형마트 최초로 ‘무항생제 영계’를 선보였다. 무항생제 영계는 외부 오염물질과의 접촉 없이 약 30일 동안 건강하게 자란 닭으로 이 회사는 올해 초부터 협력사들과 함께 무항생제 영계를 키워줄 수 있는 5곳의 우수 농가와 협력하고 있다. 아울러 ‘동물복지 계란’도 전품목 무항생제 인증 상품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홈플러스 역시 신선식품에 공들이고 있다. 이 업체는 최근 전국 점포와 온라인몰에서 ‘어제 잡아 더 신선한 생닭’을 내놨다. 통상 대형마트 생닭 유통은 이틀동안 도계→가공→물류센터→점포 등을 거치지만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도계와 가공 작업을 한 곳에서 진행해 유통시간을 하루로 단축시켰다. 또한 입고 당일 하루만 판매해 신선도를 높였다.

이같은 전략 변화는 제살깎기 경쟁이 실적 악화를 불러온데 따른 결과다. 실제 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507억 원으로 전년보다 67.4%나 감소했고, 롯데마트는 적자전환했다. 홈플러스 역시 2019 회계년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39% 감소했다. 그사이 이커머스 대표주자인 쿠팡은 7조 원대 매출을 거둬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적자 폭까지 축소했다.

실적 부진으로 이마트는 삐에로쑈핑과 부츠 등 전문점을 접었고 롯데마트는 5년간 50개 점포의 문을 닫기로 했다. 홈플러스도 지난주 안산점 매각을 확정하고 대구점과 둔산점 매각도 추진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로써 대형마트 업계는 동종업태 간 의미없는 싸움보다 이커머스와 편의점 등 유통업계 전반으로 경쟁 대상을 넓혔다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최근 이커머스 업계는 신선식품을 강화하면서 대형마트 파이를 넘보고 있다. 쿠팡은 지난 4월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에 당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고, 마켓컬리는 내년 초 현재 물류센터의 2배 규모인 김포 물류센터를 오픈한다.

신세계·이마트의 SSG닷컴도 자동화 물류센터인 ‘네오’의 추가 건립을 통해 새벽배송 시장에서 신선·친환경식품 카테고리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현재 4호 물류센터 부지를 알아보는 중이며, 5년 내 7곳의 센터를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GS25와 CU 등 편의점들도 소단위 포장의 과일과 소고기, 양곡 등 식품을 강화하고 있어 대형마트로서는 이에 대한 대응 전략도 필요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업계에 식품은 매출의 60% 이상인 주력 분야이자 뺏겨서는 안 되는 최후의 보루”라면서 “이 가운데 신선도는 핵심 경쟁력인 만큼 아무리 강화해도 지나치지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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