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금부분리 주창할 만큼 부동산 시장 한가한가

입력 2020-07-2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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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부국장 겸 산업부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부동산 관련 의견을 수차례 정독했다.

나의 우매함과 우둔함 탓인지 이해된 일부분은 “금융과 부동산을 분리하자(금부 분리). 은행이 땅에서 손을 떼야 주거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정도이다. 금융사들이 땅(아파트)을 담보로 한 대출을 줄이거나 안 해주면 그 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 들어가 경제 선순환의 바탕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딱히 틀린 말이 아니라고 본다. 큰 줄기로 보면 은행은 예금을 받아 지급준비율에 맞춘 현금을 한국은행에 맡겨 놓은 후 나머지 자금을 대출해 준다. 이 대출금을 땅이나 아파트 사는데 흘려보내지 말고 산업생산시설 투자부문으로 물꼬를 터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온전히 실현된 적이 없는 환상적인 경제논리일 뿐이다. 모든 정책은 현실에 기반을 둬야 한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현재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재주가 없다면 말이다.

현실을 보자.

한국은행의 ‘2020년 1분기 말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1분기 말 현재 가계대출은 1521조70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858조2000억 원이다. 비중으로 따지면 56.4%다.

추 장관이 주장한 ‘더 심화하는 불평등 시대’를 만드는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약 3분의 1 규모의 돈이 이미 들어가 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 정부가 금융사를 너무나 사랑해서 서브프라임 대출 부실로 인한 도산을 막으려 천문학적 규모의 구제금융을 퍼부은 것이 아니다. 금융 동맥경화로 인한 연쇄부실로 글로벌 경제 전체가 파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이 땅에서 손을 떼야지만 주거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했는데 묘책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원칙론으로 정치적 뜬구름을 잡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가계자산 구성을 고려하면 추 장관의 주장은 뜬구름마저도 날려 보낼 피비린내 나는 ‘성풍(腥風)’에 가깝다.

‘2018년 국민대차대조표’통계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총 순 자산(약 8726조 원) 중 주택자산이 약 4407조 원으로 50.5%를 차지한다. 여기에 주택을 제외한 부동산자산이 약 25.7%다. 부동산 관련 자산이 전체 중 약 75%를 차지하는 셈이다.

그럼 추 장관은 보통 대한민국 국민과 다른 경제생활을 해 왔을까?

장관 후보자로서 제출한 재산내역을 보면 추 장관 본인 명의 재산은 총 14억 6000만 원(지난해 말 기준)이다. 이 가운데 서울 광진구 아파트가 8억7000만 원, 여의도 오피스텔이 2억 원을 차지한다. 부동산 비중이 73%다. 공시지가 기준이니 시가로 하면 더 높아진다. 추 장관이 이야기한 것처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나라 경제가 흔들리게 되는 이유이고 현실이다. 이 사실을 알면서 금부 분리라는 생뚱맞은 개념을 꺼내는 것부터 논리모순이다.

부동산 가격은 그 자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과 편익의 자본 환원 가치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당연히 그만한 돈을 치를 사람이 있고 그에 맞는 가격이 형성된다. 그 결과가 부동산 관련 자산 비중 75%로 나타난 것이다.

추 장관의 주장 이면에는 자본가의 탐욕에 의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이로 인한 불로소득으로 계급과 지위가 결정됐으며, 이런 현상이 향후 더 심화할 것이라는 시각이 깔려있다. 이는 진부한 선동용어다.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면 적당한 입지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는 수밖에 없다. 용적률을 올려주고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출구도 마련해줘야 한다. 아파트 사서 돈 번 사람 절대 용납 못 한다며 양도세, 거래세, 취득세 등 온갖 징벌적 세금을 전가보도(傳家寶刀)처럼 휘두르거나 금부 분리 같은 탁상공론을 내세워서는 답이 안 나온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금융위기 때 한 말이 의미심장하다. “이웃집이 불타는데 침대에서 흡연의 위험을 강조하겠다고 소방차 출동을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맞다. 지금은 불을 끌 때이지 금부 분리론을 펼칠 한가한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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