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ELS시장 탈출구가 '없다'

입력 2008-10-3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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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자산 급락에 따른 원금 손실 결정적..투자자들 외면

지난 2003년 수익성과 안전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투자자들로부터 최고의 금융상품으로 각광받았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이 위기에 봉착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주식시장 불안에도 코스피200지수 혹은 이 지수에 편입된 우량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해 설계된 ELS상품은 올 상반기까지 꾸준히 시중 투자자금을 끌어모으며 시장의 관심을 받아왔지만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주가 급락이 지속되자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ELS의 모집규모는 15조원을 상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가 급락과 함께 ELS의 모집은 정체를 보이기 시작했고 지난 7월부터 10월 둘째주까지 모집된 ELS의 규모는 4조5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가장 최근에 장외파생상품 인가를 받은 하나대투증권과 NH투자증권이 가세해 거둔 성적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ELS의 인기가 빠르게 식어간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ELS시장이 위기를 맞게된 가장 큰 이유가 기초자산 급락에 따른 원금 손실이 결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서브프라임 여파로 인한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에 이르면서 리먼이 발행한 ELS가 지급불능 사태를 맞이함에 따라 그동안 ELS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지게 됐다는 점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최근 ELS상품이 시장의 관심을 끌었던 이유 또한 증시 급락→해당 기초자산의 하락→ELS 헤지물량의 시장 출회→추가하락이라는 악순환 구도가 형성, 증시 수급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수형 ELS상품이 원금보장 구간인 하한 배리어를 터치함에 따라 '녹인'(Knock In)이 집중되는 과정에서 선물 베이시스의 약화와 함께 차익매도 물량이 출회되는 모습이 주식시장에서 연출되기도 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007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모집된 ELS 중 70% 이상이 원금보장 구간을 벗어나 손실구간에 진입했다는 점은 ELS상품에 투자한 시장참가자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며 "현 시장상황이 당분간 유지된다면 ELS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LS는 운용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상품과 달리 고객에게 약정한 수익률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발행증권사는 기초자산의 가격에 따라 헤지운용을 할 수 밖에 없다.

일단 시장참가자들의 관심은 '녹인' 이후 ELS가 해당 기초자산에 미칠 영향력이 얼마나 될 것인지에 달려있다는 견해가 주를 이루고 있다.

기초자산의 추가 하락이 나타날 경우 앞서 언급한 ELS 상품 특성상 해당 물량을 최소화하는 헤지운용을 진행할 수 밖에 없고 만기가 도래할 경우 '녹인' 구간까지 진입하지 않을 것이라 가정하더라도 해당 물량을 일시에 청산된다면 주식시장에 재차 충격을 가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현재 상당수의 ELS가 손실구조에 진입한 상황이라 기초자산이 추가로 하락할 경우 손실폭을 키울 수 있고 이는 투자자들에게도 부정적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참고로 올해 모집된 ELS의 만기가 집중되는 시기가 오는 2009년 3월에 집중된 상황이라고 전하고 있다.

한편, ELS상품이 이처럼 증시 급락에 손실 폭이 커짐에 따라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어 시중 증권사들의 원금보장형 상품 출시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증권업계 한 파생상품 설계 담당자는 "원금보장형 상품 출시를 통해 ELS시장 활성화를 도모하는 증권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단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금융 상품이라는 인식이 각인된 이상 예전과 같은 자금 유입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한 주식시장의 일일 변동성이 극심한 상황이라 ELS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에게 아무리 우량 종목 위주로 설계된 원금보장형 상품이라고 설명해도 최근 주가 급락에 따른 관련 ELS 상품 기초자산의 '하한 배리어 터치' 악몽(?)을 쉽사리 떨쳐 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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