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잌스] "임금 절반 줄었다"는 '아메리칸 팩토리' 노동자…중산층의 몰락

입력 2020-07-0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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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로 보는 경제

'넷플잌스'는 '넷플릭스(Netflix)'와 '익스플레인(Explain)'의 합성어로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되는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를 통해 특정 산업의 경제 규모를 설명하는 코너입니다. 콘텐츠 내용은 간단하게, 대신 여러 산업과 경제 실태를 집중적으로 조망하겠습니다.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GM(제너럴모터스)은 100년 가까이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로 이름을 날렸다. 나 역시 이곳에서 일한다는 것은 큰 자부심이었다. 최선을 다해 일하면 충분한 월급을 받았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공장이 문을 닫을 때 이 모든 건 끝났다. 나는 물론이고 실직한 2000가구가 중산층 밑으로 내려왔다. 중산층으로 복귀하려고 갖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희망이 잘 보이질 않는다.

넷플릭스가 2019년 공개한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 일부를 각색한 내용이다. '아메리칸 팩토리'는 2014년 GM 공장을 인수해 미국에 진출한 중국의 유리 생산업체 푸야오(FUYAO)에서 생긴 일련의 사건들을 보여준다. 경제가 얼어붙은 지역에 희망과 생기를 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노조 활동도 제한받는다. 생산성을 향상한다는 이유로 불안정한 노동환경을 당연시한다. 한 노동자는 "GM에서는 시간당 29달러를 받았지만 푸야오에서는 12.84달러를 받는다"라며 오늘날 처한 노동의 현실을 대변한다.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몰락하는 중산층'…한국, 60% 무너졌다

중산층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 '아메리칸 팩토리'에 나오는 노동자의 얘기만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압박받은 중산층(Under Pressure : The Squeezed Middle Class)` 보고서를 발표하며 OECD 국가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각 나라 중위 소득의 75~200% 수준인 가구를 중산층으로 잡았을 때 1980년대 중반 64%이던 OECD 중산층 비율이 점차 내려가 2010년대 중반에는 61%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아메리칸 팩토리'의 배경이 된 미국은 중산층 비율이 51.2%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등장하는 35개국 가운데 멕시코와 칠레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OECD 평균인 61%에도 크게 못 미친다. 다른 주요국을 살펴보면 이스라엘 71.9%, 스웨덴 65.2%, 독일 63.9%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들 국가 역시 각각 6.7%, 7.4%, 5%씩 감소했다.

이 보고서에서 한국은 중산층의 비율이 61.1%로 조사됐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진행된 조사에서는 60% 밑으로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 지난해 2분기 기준 중위소득의 50%에서 150%에 속하는 중산층 가구 비중은 4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고, 사상 처음으로 60% 밑으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중위소득 50% 미만 가구의 비중은 4년 연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때, 74%에 달했던 비중이 60%로 쪼그라든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지속적인 성장의 원동력인 중산층…위기 이유는?

각국은 정책의 주요 목표로 중산층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서 공고한 중산층을 형성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지속적인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물론, 중산층의 경제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소득불균형이 낮다고 알려졌다. 경제사학자 데이브스 랜드스는 "이상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회는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중산층을 가진 사회"라고 언급했다.

중산층은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두터운 중산층이 형성된 사회는 사회통합이 촉진돼 강등비용이 적게 들고 성장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설명이다. 중산층이 줄고 소득 불균형에 따른 양극화가 심해지면 정치적 불안정, 포퓰리즘의 등장,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감소로 이어져 저성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소비 위축에 따른 내수시장 악화, 기업 매출과 일자리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사회적 역할이 막중하지만, 위기에 처한 중산층. 원인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부동산 가격을 꼽을 수 있다. 과거에는 제조업 일자리로 적절한 수준의 임금을 받았다. '아메리칸 팩토리'에 나오는 노동자는 "상식적인 수준으로 대우받았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제조업에서 취업자가 8만1000명 줄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는 지난달 1일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월 41.5로 3월 49.1보다 하락했다고 밝혔다. PMI는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미만이면 위축을 나타내는데 제조업 경기가 나빠진 것을 방증한다.

국내에서는 부동산 가격 폭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서울 주택을 사기 위한 연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IR)이 상승했다. 중산층이 중위 가격 주택을 사기 위한 부담이 커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상위 40~60%인 3분위 연 소득 자가 PIR는 2018년 2분기 8.6였지만 지난해 2분기에 9.3%로 높아졌다. 차상위인 4분기 소득자가 가격 상위 20~40%에 속하는 주택을 구매하기 위한 PIR도 같은 기간 9.1에서 10.3으로 증가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안정적·적절한 임금…'좋은 일자리'가 대안

중산층의 몰락을 막는 대안은 좋은 일자리다. 안정적이고 적절한 임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아메리칸 팩토리'에는 일자리를 잃을 걸 걱정하는 노동자가 나온다. 일하다가 손을 다쳤는데 수술을 받거나 치료 기간이 길어지면 자신의 자리를 다른 사람이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장이 자동화되면서 노동자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결국 두터운 중산층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실직 이후에도 재취업할 수 있는 폭넓은 기회는 물론, 이를 위한 교육의 양과 질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임금도 지급돼야 한다.

국내에서는 노동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자영업자의 생존을 돕는 것도 중요하다. 신규 창업자 중 절반 이상이 3년 내 폐업한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국내 자영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정부가 정리해고를 당한 실업자들을 자영업으로 이동하도록 하면서 부실한 자영업자를 양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충분한 준비 이후에 창업할 수 있는 교육과 함께 재취업을 위한 프로그램 확대 도입도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메리칸 팩토리'의 마지막은 위기 일색이다.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최대 3억7500만 명이 자동화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할 것이다"라며 자동화에 따른 실직이 사회 문제로 비화할 것을 암시했다. 중산층을 살려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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