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문프도 모여봐요 대출의 숲

입력 2020-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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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착왜구뿐 아니라 노노재팬 애국열사들 조차 까방권(까임방지권)을 허락한 일본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에서 한국인을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남들 놀때 죽어라 일하며 빚에 허덕이는 섬 노예를 마주쳤다면 틀림없다.

동물의 숲은 무인도로 이주해 가상현실을 살아가는 게임이다. 물품을 수집하거나 제작하고, 집을 짓고, 야생동물을 잡고, 그 섬에 살고 있는 동물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건설해 나간다.

전세계 유저들은 이 동물의 숲을 힐링게임이라 칭한다. 게이머들은 꽃을 구경하며 돌아다니거나, 나비를 쫓아 뛰어다닌다. 조개를 주우며 해변을 거닐기도 하고, 낚시를 하며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동물주민들과 교류하며 친분을 쌓는 사람들도 많다. 현실 세계의 시계에 맞춰 실시간으로 게임이 진행되는데,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멍때리는 여유와 낭만을 즐길 수 있어 인기란다(네 안해봤습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노예게임, 혹은 대출의 숲이라 부른다. 한국 유저들은 딱 두 군데만 시계추처럼 분주히 오가며 현실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낸다고 한다. 일터와 집이다. 일터는 다양하다. 예컨대 강가에서 낚시를 한다면 한국인들은 씨가 마를 때까지 쉴새없이 물고기를 낚아 내다판다. 나비를 잡아도, 조개를 주워도 마찬가지다. 사서 고생하는 이유는 빚을 갚기 위해서다. 동물의 숲에는 너굴이라는 사채업자가 있는데, 웃는 낯으로 고리대금을 뜯는 금융빌런이다. 한국인들은 예외없이 너굴에게 거액의 돈을 빌린 빚쟁이들인데, 대출을 받은 까닭은 대부분 집을 사기 위해서다(정확히는 짓기 위해서).

동물의 숲은 맨 처음 텐트에서 먹고 자는 생활부터 시작해 조금씩 집을 짓고 나중에는 건물도 짓는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섬에 도착하자마자 너굴에게 돈을 빌려 내집 마련부터 시작한다. 너굴은 관대하다. 담보도 잡지 않고 LTV, DTI도 따지지 않고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빌려준다. 하지만 대출을 받는 순간 영원히 고통받는 노예의 삶이 시작된다. 잠도 안자고 뼈 빠지게 일해 돈을 다 갚으면 너굴은 '혹시 좀 좁게 느껴진다면 집을 더 넓게 증축하는 건 어때구리?'라며 넌지시 추가대출을 권한다. 한국인이 누구인가. 옆집 찌질이가 수영장 딸린 100평 저택인데, 무려 나님께서 모양빠지게 20평 단층집에 살아서야. 덥석 미끼를 물고 더 많은 대출을 땡겨 증축에 들어간다. 이런 식으로 텐트에서 시작된 한국인의 무인도 라이프는 결국 고층 빌딩 건물주로 변해간다.

동물의 숲은 왜구들의 큰 그림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집이라면 게임마저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이는 한국인을 착취하려는 노림수일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니 이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게임속 캐릭터로 투입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대출의 숲은 노예로 전락한 한국인을 해방시킬 영웅을 간절히 기다린다. 15층이 넘는 건물은 너굴의 대출을 금지하고 게임규칙을 개정해서라도 종부세를 때려야 한다. 그래야 '이게 숲이냐'며 도탄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내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숲을 만들 수 있다.

대출의 숲에서 탈출한 노예들에게는 '정부가 집값을 '안'잡는 이유' 1~3편을 읽고 악플을 다는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해야 한다. 그래야 내집 마련 같은 허황된 꿈에서 벗어나 영원한 세입자의 행복을 누릴 수 있을테니 말이다.

'정부가 집값을 '안'잡는 이유'는 무려 110만 명에 달하는 악덕지주들이 모인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서 6월 말부터 공유횟수 Top3를 싹쓸이하고 있는 3회 분량의 연재글이다.

문 대통령도 불온서적과 다를 바 없는 이 글들을 꼭 읽어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모든 서민에게 내집 같은 월세집을 선물하겠다는 현 정부의 선의를 왜곡하고 어지러운 말과 글로 선동을 일삼는 이들의 얄팍한 논리와 편협한 시각을 그냥 보아 넘겨서는 숲다운 숲을 이룩할 수 없다.

무엇보다 대출의 숲은 공급을 차단해 노노재팬에 예외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한다. 일본 불매운동은 개인의 선택일 뿐 강요할 수 없다는 제국주의 앞잡이들은 죽창들고 일어나 색출하도록 가재, 붕어, 개구리들을 독려해야 할 것이다. 그런 뒤에야 비로소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숲, 동물이 먼저인 숲에 한발 다가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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