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청년세대의 디지털 세력화를 응원한다

입력 2020-07-05 17:57수정 2020-07-06 08:3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이효영 부국장 겸 유통바이오부장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협력업체 보안검색 요원 1900여 명을 직고용 형태의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힌 후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의 분노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인국공 논란의 본질은 결국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청년층 모두가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를 누군가는 별다른 노력 없이 쉽게 가져가는 데 대해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5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3%로 전체 실업률(4.5%)의 2배 이상이다. 특히 청년층의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은 26.3%로 청년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로 정상적인 채용절차마저 거의 작동되지 않으니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고 기약 없는 공부를 하던 취업준비생들로서는 마음을 다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집권 여당에서는 “필기로 정규직 됐다고 2배 더 받는 게 불공정”, “여당과 보수언론이 만들어낸 가짜뉴스”라는 어이없는 대응으로 상처에 소금을 쳐대자 대통령 국정 지지도도 떨어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진리지만, 특히 지금의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의 간극이 더 크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뉴노멀이 된 시대에 태어난 청년세대는 이전 어느 세대보다 많은 것을 누리며 자랐음에도, 부모세대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미래의 삶을 살게 될 첫 세대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 때문에 이들의 눈에 비치는 부모세대(베이비부머)는 대학 입학부터 취업 이후 현재의 자리까지 쉽게 얻고 누려온 ‘꼰대’일 뿐이다.

지금 한국의 20대가 어떤 세대인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원을 전전하며 특목고와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해왔고 취업을 위해 시험과 자격증 등 온갖 스펙 쌓기에 영혼을 갈아넣으며 청춘을 보냈다. 그런 이들에게 불공정은 자신들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일이 된다.

공정을 강조해온 현 정부의 불공정 시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조국 사태 때도 청년층 사이에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신들의 분노를 온라인상에서 저항 행동으로 표현하고 있다. 회원 수 55만여 명의 온라인 공기업 취업준비 카페에서는 인국공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역차별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공부하던 필기구를 부러뜨리는 ‘부러진 펜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또 다른 취업 카페에선 ‘로또취업반대’라는 해시태그를 단 글을 전파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디지털 세대의 정치행동화는 미국에서도 시작됐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유세를 망친 K팝 팬덤 사례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선거 유세를 재개하면서 100만 명 이상이 입장권을 신청한 것으로 알고 연설장에 들어갔으나 행사장의 3분의 2가 텅 비었는데 알고 보니 K팝 팬들이 조직적으로 ‘노쇼’를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콘서트 매진, 차트 순위 띄우기 등을 조직적으로 벌여온 K팝 팬덤이 디지털 단결력을 통해 정치적 행동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페이스북에 대한 기업들의 광고 보이콧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올린 인종차별 논란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고 방치해 네티즌들의 비난이 쇄도하자 코카콜라 등 대형 광고주들은 MZ세대의 불매운동을 우려해 유료 광고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1990년대생으로 대변되는 MZ세대를 소비자로서 이해하고, 조직원으로서 공존하기 위해 연구 관찰이 활발하다. 90년생은 자신에게 ‘꼰대질’을 하는 기성세대나 자신을 ‘호갱’으로 대하는 기업을 가차없이 외면하기 때문이다(‘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에 익숙한 이들 세대는 물리적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과 SNS 등 랜선을 통해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만큼 온라인상의 연대와 공감이 쉽게 형성되고, 이들의 움직임은 들불처럼 전국으로,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 이들 젊은 세대는 온라인 공간에서 촛불을 들고, 해시태그를 통해 대동단결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젊은 세대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기업도, 국가도 건강한 성장을 할 수 없음을 꼰대세대는 좀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hylee@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