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사악한 돈과 야비한 돈이 여기 모인다

입력 2020-07-0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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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랜드/ 올리버 벌로 지음/ 박중서 엮음/ 북트리거 펴냄/ 1만9800원

'할리우드 스타의 집 투어'. 할리우드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클라크 게이블이 살던 집, 스칼릿 조핸슨의 단골 미장원 등을 구경시켜 주며 할리우드를 누비는 소규모 버스 투어를 말한다.

저자는 2016년 '할리우드 스타의 집 투어'에서 착안한 독특한 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2016년 5월 런던에서 반부패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을 때, 구소련 및 제3세계 도둑 정치가들 소유의 부동산을 둘러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석유 부국 나이지리아의 전 주지사가 사들인 벨그레이비어 저택, 블라디미르 푸틴의 옛 동료들이 소유한 웨스트민스터 저택을 찾아간다. 저자는 사전 모집한 관광객을 이끌고 국제적 규모로 자행되는 은밀한 돈세탁의 실체를 눈앞에서 확인시켜 주고 해외로부터의 자본 유입이 런던의 경제를 어떻게 왜곡시키는지 낱낱이 폭로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영국의 탐사 언론인인 저자는 불법 금융과 돈세탁의 은밀한 세계를 파헤친다. 슈퍼리치들이 부정하게 얻은 부를 조세 당국 및 공무원의 감시에서 차단하기 위해 은닉해 두는 가상의 나라를 '머니랜드'라고 명명하고 그 실체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그의 취재로 부자와 권력자의 돈세탁을 조력하는 전 세계적 자산 보호 산업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났다. 저자는 런던과 취리히, 월 스트리트의 영리한 금융인과 법률가, 부동산 중개인들이 갈고닦은 조세 회피 및 탈세, 돈세탁 수법을 낱낱이 보여 준다. 런던 시티의 무국적 달러화와 무기명 채권에서부터 파나마의 유령 회사, 저지섬의 신탁, 리히테슈타인의 재단까지, 머니랜드를 육성한 금융공학의 실체를 밝혀내며 우리가 믿고 있는 제도가 정말 공정한 것인지 되묻는다. 세계 곳곳을 흘러다니며 민주주의를 잠식하는 더러운 돈의 맨얼굴을 폭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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