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시장에서 ‘소부장’(소재ㆍ부품ㆍ장비) 기업들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상장을 강행한 기업이 새내기 종목 중 압도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데다,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 역시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진 탓이다.
최근 SK바이오팜 상장 후발주자로 바이오 업체들의 상장 러시가 공모주 시장에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면, 안정적인 실적을 최우선 장점으로 내세우는 소부장 종목들 역시 바이오가 채워주지 못하는 시장 수요를 받아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반기 들어 상장한 기업 중 광반도체를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서울바이오시스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장비업체 엘이티는 상장 이후 주가(1일 종가 기준)가 공모가 대비 2배가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바이오시스는 공모가(7500원)에서 131.3% 뛴 1만7350원, 엘이티는 137.1% 오르며 1만8000원대를 넘어섰다.
최근 유동성 장세 영향으로 공모주 시장에 뭉칫돈이 몰린 것을 고려해도, 차익 시현 매물로 인해 상장 이후 한동안은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것과 대비하면 하락 폭이 적었던 셈이다.
특히 청약 경쟁률이 1552대 1을 기록하며 올해 최고 수준을 보인 엘이티는 상장 당일인 지난 22일 시초가가 공모가 가격 200%에 형성된 이후 곧바로 상한가로 직행하며 속칭 ‘따상’을 기록했다. 공모금액이 171억 원으로 크지 않은 상태에서 매력적인 공모가라는 평가가 나왔고, 삼성디스플레이 등 대형 고객사를 안정된 실적 기반처로 두고 있다는 점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상장을 앞둔 후발주자들도 많다. 스마트팩토리용 산업용 디스플레이를 제조하는 엠투아이코퍼레이션이 9~10일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고, 환경개선 촉매와 2차전지 소재를 제조하는 이엔드디 역시 오는 14~15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이외에도 명신산업(코스피), 솔루엠(코스피), 에이프로, 센코, 핌스, 비나텍, 파나시아 등 6개사가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거나 승인을 받아 향후 절차를 준비 중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정부의 각종 소부장 지원책과도 연관이 있다. 일본 경제보복 사태 이후인 지난해 9월에 거래소는 관련 기업들에 대한 상장요건을 완화하는 안을 내놨다. 통상 45일인 예비심사 기간을 30일로 단축해 주고, 기술평가 문턱도 낮추는 것이 골자다.
지난 해 소부장 트랙으로 상장을 추진한 한 상장사 임원은 “소부장 기업들의 상장과 관련해서 자금이나 편의성 면에서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지원이 이어졌다”며 “그 성과가 올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소부장 기업들의 출현이 공모주 시장에서 이어지고 있는 ‘바이오 랠리’와 또 다른 축에서 시장 흥행을 이끌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최근 SK바이오팜을 필두로 유동 비용이 많아졌고, 코스닥 바이오업체 상장까지도 폭넓게 관심받고 있다”며 “그렇지만 공모주 중에서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아닌 이미 나와 있는 실적을 통해서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싶은 투자자도 분명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이런 투자자들에게 최근 등장하고 있는 소부장 상장 기업들이 좋은 투자처로 기능한다는 설명이다.
앞으로도 시장에 남아있는 유동성 자금이 풍부한 만큼 흥행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소중 연구원은 “SK바이오팜 청약 증거금 31조 원에서 환급된 30조 원 중 상당 규모는 주식시장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고, 일부는 일반 공모청약 투자로 다시 유입돼 청약 경쟁률을 높일 것”이라며 “지난달 26일 SK바이오팜 청약 증거금 환불일에 신도기연 · 위더스제약의 청약이 진행돼 반사효과가 나타났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