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신 분당…‘역풍선효과’에 분당 집값 천정부지

입력 2020-07-0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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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투자‧학군수요 분당으로 이동… 6‧17 부동산 대책 후 매매ㆍ전세시장 '들썩'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탄천변에서 바라본 느티마을 3단지와 신기초등학교 전경.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분당신도시 집값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화에 서울 강남권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투자 수요가 분당으로 눈을 돌린 영향이다.

정부는 6ㆍ17 대책을 통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 2년 이상을 실거주해야 분양권을 발 수 있도록 규제했다. 또 서울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이들 지역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또 2년간 직접 살아야 한다.

이 같은 실거주 요건 강화로 투자 목적의 강남권 진입이 어려워지고 실익도 없어지자 대체 투자지인 분당신도시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투자 수요가 늘면서 분당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강남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분당신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와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분당신도시 수내동 양지마을 한양5단지 전용면적 134.55㎡형은 최근 15억6500만 원에 매매 거래됐다. 지난달 초 같은 평형 아파트가 13억2000만 원에 팔린 것을 감안하면 한달 새 2억 4000만 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분당 서현동 시범현대아파트 전용 129.73㎡형은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달 19일 13억3000만 원에 팔렸다. 이 아파트는 한 달 전만 해도 11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

수내동 푸른마을 P부동산 관계자는 “한동안 잠잠했던 이 근방 아파트 매매값이 6‧17 대책으로 순식간에 올라갔다”며 “기존에 9억 원대이던 전용 84㎡형이 11억 원대가 됐는데 좋은 물건은 다 나갔다”고 전했다.

애초 강남권 아파트를 매입하려던 투자 수요가 분당신도시로 옮겨가면서 집값 오름폭이 가파르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수내동과 서현동을 비롯해 이매동, 정자동, 구미동 등 분당 전역에서는 6ㆍ17 대책 이후 기존 시세보다 5000만 원 이상 오른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분당은 강남의 배후지이자 대체 주거지로 집값이 대체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면서 “최근 강남권 집값 상승세와 맞물려 일부 수요가 분당으로 이전하면서 집값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분당은 요즘 아파트 전셋값도 급등세다.

6ㆍ17 대책으로 재건축 소유주에 실거주 규제가 생겨나면서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강남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 등지에 전세로 거주하면서 우수 학군을 누리려던 세입자들이 대안으로 분당 학군을 노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강남권과 목동 재건축 단지에서 조합원 분양자격을 갖추기 위해 2년 거주하려는 집주인들이 전셋집 구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자 그 대체제로 학군이 밀집된 분당을 찾으면서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수내동 파크타운 롯데아파트 전용 131.49㎡형은 최근 8억6000만 원에 전세가 나갔다. 지난달 초만 해도 같은 면적의 전셋집은 6억5000만 원에 세입자를 구할 수 있었다. 6‧17 대책 전후로 아파트 전셋값이 2억1000만 원 솟구친 것이다.

서현동 시범삼성아파트 전용 192.15㎡형은 전세금이 지난달 12일 7억3000만 원에서 24일 8억5000만 원으로 1억2000만 원 뛰었다.

서현동 U공인 관계자는 “분당의 좋은 학군은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대치동이나 목동과 비견된다”며 “정부 규제로 학군 우수한 서울 강남권이나 목동 진입이 까다로워지자 자녀 교육을 위한 대안으로 교육 환경이 좋은 이 지역 전셋집을 찾는 수요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분당에선 갭투자(전세 끼고 집 사는 것) 거래도 포착되고 있다. 분당신도시는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게 형성돼 갭투자를 하기에 용이한 편이다.

수내동 E공인 관계자는 “어제 한 매매 계약의 경우 매수자가 집을 보지도 않고 갭투자로 11억 원짜리 집을 사갔다”면서 “본인은 경기도 용인에 전세로 사는데 애들이 아직 어리다. 분당에 집을 사놓고, 더 오르면 팔거나 애들이 크면 이사할 요량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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