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A 잔고서 하루만에 ‘10조’ 증발한 이유는?

입력 2020-06-28 11:09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의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 마지막 날인 24일 투자자들이 NH투자증권 명동 WM센터에서 청약을 신청하고 있다. (사진제공=NH투자증권)

금융상품을 사고팔 수 있는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잔고가 최근 단 하루 만에 10조 원이 줄어드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이날은 SK바이오팜 일반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CMA 계좌의 가장 큰 특징이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이 가용현금을 최대한 끌어모아 청약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증권사 CMA 잔고는 전날 56조9000억 원에서 46조80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하루 동안 무려 10조 원 이상 빠져나갔다.

CMA는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상품을 살 수 있는 증권 계좌로, 은행 통장과 같이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다.

CMA 잔고는 올해 초 51조8000억 원을 기록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잔고가 다소 내려가긴 했지만 50조 원 아래로 내려간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고, 주식시장이 코로나19 이전 상태를 회복하면서 지난 22일엔 57조 원도 넘겼다.

그러나 다음날인 지난 23일 잔고가 57조 원 아래로 떨어지더니 24일에는 10조1000억 원이 감소했다. 전날 잔고 대비 17.8%가 날아간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CMA 잔고가 가끔 1조~2조 원 단위로 줄어든 적이 있긴 하지만, 이처럼 10조 원 이상이 한꺼번에 감소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CMA 잔고가 10조 원 이상 출금된 24일은 다음 달 코스피시장 상장을 앞둔 SK바이오팜이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는 마지막 날이었다. CMA는 은행 통장처럼 수시 입출금이 가능해 SK바이오팜 청약을 위해 하루 동안 10조 원이 빠져나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청약 첫날에 신청 금액(6조 원)의 4배가 넘는 25조 원이 증거금으로 모였다. 이 결과 SK바이오팜은 31조 원이 넘는 일반 청약 증거금을 모으면서 제일모직이 갖고 있던 30조 원이라는 기록을 경신했다.

SK바이오팜에 이어 두 번째로 일반 청약 증거금 규모가 컸던 제일모직 청약 당시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 바 있다. 당시 청약 마감일인 12월 11일 CMA 잔고는 42조7000억 원에서 35조4000억 원으로 7조3000억 원(17.1%)이 줄어들었다.

SK바이오팜은 증거금뿐 아니라 하루 새 빠져나간 CMA 잔고도 역대 최고를 기록한 셈이 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처럼 큰 규모로 CMA 잔고가 줄어든 것은 SK바이오팜에 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았다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을 모두 끌어다 썼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