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다 웃는데…면세점주 ‘쓴웃음’

입력 2020-06-2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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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시장이 3월 이후 유동성 장세에서 큰 주가 상승세를 맛봤지만, 면세점 관련주들은 웃지 못하고 있다. 전반적인 상승세에 편입하지 못하고 주가가 3월 저점 근처를 횡보하거나 하락하고 있어서다.

방한 인원 자체가 파격적으로 줄면서 근본적인 실적 개선세가 어려운 데다, 최근 중국이 국가면세지구인 하이난 내국인 면세 한도를 대폭 높이면서 장기적인 악영향이 점쳐지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3월보다 낮은 주가…상승 장세에서 ‘나홀로 쓴 웃음’ = 22일 주식시장에서 면세점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호텔신라, 신세계는 각각 2.66%, 1.81% 하락하며 7만300원, 21만6500원에 마감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을 운영 중인 현대백화점 역시 0.84% 주가가 내리며 5만8700원을 기록했다.

해당 세 종목의 주가는 코로나19로 국내 주식시장 침체기였던 3월 중순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코스피시장이 저점을 기록했던 3월 19일 종가와 비교해보면 호텔신라(11.6%)와 신세계(6.1%)가 소폭 오른 수준이고, 현대백화점(-2.7%)은 오히려 당시보다도 낮다. 같은 기간 코스피시장 수익률(46%)과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면세점을 주 판로로 제품을 판매하는 소비재 업체들의 주가도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이날 종가 기준 아모레퍼시픽(-1.6%), F&F(-5%), 신세계인터내셔날(-17.1%) 등도 현재 주가가 3월 저점을 밑돌고 있다.

이들 종목은 4월 한때 코로나19 확진세가 잦아들며 ‘보복소비’ 현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했다. 그러나 중국 베이징에서 다시 확진자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출입국자 수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긴 침체의 늪에 빠졌다.

올해 상반기 국내 면세점 매출액 규모와 증가율은 5년 내 최저점을 기록할 전망이다. 실제로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4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9867억 원을 기록하며 1조 원대가 무너졌다. 지난해 같은 시기(1조9947억 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었다. 면세점 방문객 역시 지난해 대비 91% 감소했다.

증권가 역시 이들의 실적치를 연달아 하향 조정했다. 에프앤가이드 2분기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8352억 원, 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36%, 적자 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세계의 2분기 컨센서스 역시 매출액과 영업익이 각각 18.46%, 81.05%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 면세산업을 키우기 위한 대책을 내놓으며 위기감이 가중하는 양상이다. 이달 초 발표된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총체 방안’에는 국가면세지구인 하이난을 방문한 내국인 1인당 면세품 구매 한도를 연간 3만 위안(약 511만 원)에서 10만 위안(약 1705만 원)으로 늘린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과 일본 등에서 물건을 사들이는 따이공들의 자국 소비를 촉진한다는 목적이다.

국내 면세업체들의 따이공 매출 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미래에셋대우 김민경 연구원은 “중국의 자국 면세 강화는 단기적으로 중립적 영향 수준”이라면서도 “그러나 중국 면세기업의 바잉파워 상승에 따라 장기적인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면세 지원 대책, 실적 반등에 도움될까 = 향후 관건은 장기재고 국내 판매, 면세품 3자 반출 허용 등 각종 지원 대책이 얼마만큼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지다. 지난 4월 면세점 이용객이 급감하며 업계 위기감이 불거지자 관세청에선 해당 방안을 포함해 면세 구매 수량 제한 폐지, 특허 수수료 납부기한 연장 등 지원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증권가에선 장기재고 국내 판매보다는 면세품 3자 반출 허용에 기대를 거는 양상이다. 국내 판매되는 재고품의 경우, 제품 소진을 위해 가격 부담을 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큰 마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논리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안진아 연구원은 “장기재고 국내반출은 재고소진과 매출 회복에 도움이 되지만, 마진확보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장기재고품) 판매 가격이 기존 면세가와 차이가 없다면 구매할 유인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면세품 3자 국외반송의 경우 따이공이 자가격리 기간을 거치지 않고 면세품 재고 기간 제한 없이 럭셔리 제품을 포함한 화장품 등 전 품목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출 회복을 기대해볼 만하다”라며 “3자 국외반송, 공항 임차료 감면 지원 등은 3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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