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통합론' VS '배전·판매 분할론'
23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한국전력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전연료 구매력 저하 등 한전과 발전 자회사 분할에 따른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전력산업 구조개편 방향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전과 발전 자회사를 재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현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지지하면서 한전에서 배전사업과 판매사업을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김기현 한나라당 의원은 당장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안은 김대중 정부시절에 추진됐으며 한전에서 발전자회사를 분리한 1단계만 마치고 노무현 정부시절엔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다.
지경부는 한전과 발전자회사간 재통합을 전혀 고려하지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국회에서 구조개편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고 한전도 자회사 재통합을 주장한 상황이여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10일 발표한 3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서 한전에 대해 배전과 판매 부문을 사내회사 형태의 독립사업부로 개편키로 했다.
◆"발전자회사 통합돼야"
국회 지경위 소속 의원들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발전 자회사들이 유연탄 등 발전연료를 개별적으로 구매하면서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며 재통합을 주장했다.
최철국 민주당 의원은 "개별 연료구매에 따른 손실, 전기요금만 축내는 전력거래제도, 건설인력별도 운영에 따른 과부족 문제, 전력공급의 안정성 저해, 해외사업 실적 저조 등 현재 전력산업의 모든 모순은 발전분할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발전 자회사들이 인도네시아에서 개별적으로 구매한 유연탄 가격은 톤당 60.31달러로 공동구매(톤당 44.76달러) 단가보다 톤당 15.55달러 비쌌다. 개별구매 물량 2485만톤을 공동구매로 구입했을 경우 3억8600만달러(한화 5000억원가량)를 절감할 수 있었다.
또 전력산업 구조개편 연구용역비로 334억원을 지출했고 구조개편에 반대하는 한전 직원들 위로비로 736억원을 썼으며 전력거래소 설립에 1276억원이 소요되는 등 지금까지 발생한 비용은 모두 8143억원에 이른다.
최 의원은 "당장 발전분할을 중지하고 한전에 발전 자회사와 전력거래소 등을 통합해 일관사업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통합된 한전은 세계 어느 기업에 못지 않는 브랜드 파워와 신용도, 자금동원력, 기술력, 해외 네트워크, 전문인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노영민 의원도 "발전부문 분할 이후 배전, 판매부문도 분할할 예정이었으나 가격과 공급불안 우려 등 부작용이 예상돼 이를 중단하고 현재는 한전 내부에 독립사업부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당초 취지와는 반대로 오히려 전력산업의 경쟁력이 더욱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해외 원자재가격의 상승과 안정적 자원 확보를 둘러싼 국가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분산된 전력산업 체제는 전력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지속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한전을 중심으로 하는 발전사와 전력거래소를 통합하는 수직통합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며 "한전에 한국수력원자력을 부분적으로 재통합하고 화력발전 5개사를 통합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전력산업개편 논의를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은 "분할한 발전회사를 재통합해 불필요한 예산낭비와 안정적 전력공급이라는 이점을 다시 살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배전·판매 분할해 민영화"
반면 일부 의원들은 배전과 판매 부분을 떼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달곤 한나라당 의원은 "전력산업의 경쟁 도입과 민영화는 세계적 추세"라며 "시장경쟁 촉진을 위해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배전사업과 판매사업을 한전에서 분할하고 단계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시장경쟁 촉진의 전제조건으로는 다수 발전사와 판매사업자 간 경쟁과 소비자의 판매사업자 선택권 확보가 필요하다"며 "현저히 낮은 수익률로는 민영화가 불가능하거나 헐값 매각 논란이 불가피하므로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한 전기수요 합리화와 적정 수익률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시 시장운영규칙, 발전부문 분할매각, 분할된 발전사들의 연료 공동구매 등은 부분적으로 의미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향후 이러한 정책이 구조개편 정책과 조화될 수 있는가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발전사 분할 후 1인당 발전량이 증가하고 평균 정비일수도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며 "발전부문 경쟁을 강화하는 방향 등을 고민해 중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한전 재통합을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