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ㆍ아시아나에 뿔난 HDC현산, 산은이 달래줄까?

입력 2020-06-1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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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둘러싼 주체들이 기싸움 양상에 돌입하면서 향후 인수전이 안갯속에 빠지는 모양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에 인수 의지를 밝히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며 현산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인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채권단에 역으로 반격에 나선 셈이다.

IB업계에 따르면 현산은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상당한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수를 마무리하려는 자신들과는 달리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정통한 관계자는 12일 “올 들어 상황이 크게 나빠졌지만 자구책은 커녕 아시아나항공에서 상표계약금까지 받아가는 것에 현산 내부적으로 크게 분노했다”면서 “여기에 박삼구 회장이 거액의 퇴직금까지 수령한 것도 금호그룹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경영난 해소를 위해 유상증자와 토지 매각 등을 시도하고 있는데 반해 아시아나항공은 직원 무급휴직 외에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행보 역시 현산의 실망감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지난 5일 아시아나항공은 자회사인 에어서울에 운영자금 300억 원을 대여했다. 앞서 지난 3월에도 100억 원을 운영자금 명목으로 빌려준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자신들의 부채가 급격하게 늘고 있고 사실상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자회사에 거액의 자금대여를 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현산에서 진정성을 운운하는 것이 이런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매각 당사자인 아시아나항공까지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는 인수준비단과 현산 경영진이 요구하는 자료를 성실하고 투명하게 제공해왔다"면서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일단 주도권은 현산에 넘어간 모양새다. 인수를 포기할 경우 금호산업이나 아시아나항공은 물론이고 채권단을 대표하는 산업은행도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크게 위축된 상황인 만큼 재협상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수긍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강경한 채권단은 현산이 인수를 포기하면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를 포함한 다양한 대안도 고려하는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양측 모두 리스크를 가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적당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 한화케미칼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한 것을 선례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는 계약 전에 이행보증금 문제가 불거진 것이고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계약이 체결된 만큼 계약 파기까지 가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때문에 인수 선행조건인 러시아의 기업결합 심사가 협상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심사가 지연되고 있지만 승인이 떨어질 경우 양측이 협상을 더 지연시킬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산과 산은 모두 기싸움 양상이지만 결국 적절한 타협안을 찾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칼자루를 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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