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지난해 말 인수 계약 당시와 비교해 현재 아시아나의 재무 상태나 업황이 현저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한국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상황 재점검 및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구했다고 9일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산업은행이 지난달 29일 발송한 공문과 관련해 계약상 롱스탑데이트(주식 인수 계약의 종결 기한) 연장에는 공감한다는 의사를 회신했다. 인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인수 가치를 훼손하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재점검 및 재협의를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시아나 인수 계약 체결일 이후,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인수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인수 가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여러 상황들이 명백히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2019년 말 기준 2조8000억 원의 부채가 추가로 인식됐다. 1조7000억 원 추가 차입으로 부채가 4조5000억 원 증가됐다.
부채비율은 2020년 1분기 말 현재 계약 기준인 2019년 반기 말 대비 1만6126% 급증했다. 자본총계는 2020년 1분기 말 현재 2019년 반기 말 대비 1조772억 원 감소해 자본 잠식이 심각한 상황이다.
당기순손실은 2019년 12월 말 공시 대비 증가된 2019년 순손실과 2020년 1분기 당기순손실을 합해 총 8000억 원 이상 확대됐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아시아나의 재무상태 등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 조건 재협의를 요청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공식적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컨소시엄의 명시적인 부동의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은 추가자금의 차입 및 부실 계열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 등을 결정하고 관련된 정관 변경, 임시주주총회 개최 등 후속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계약 기준 재무제표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작성돼 재무 상황을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계약 체결일 이후 4조5000억 원 이상의 부채가 증대되어 가는 상황에서, 향후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 등을 극복하고 계속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수와 관련한 중대한 상황들에 대한 재점검 및 재협의를 위해서 계약상 롱스탑데이트 연장에 공감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단, 롱스탑데이트가 연장되는 경우에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계약상 진술 보장 위반, 확약 불이행 등에 따른 책임이 면제 또는 감면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관련 권리가 변경되거나 제한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