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금융주 처분 소식 이후 금융업종 지수 15.42%↑…코스피 상대 수익률 4.01%포인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대표적 손절매 업종으로 꼽혔던 금융주가 최근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일 코스피 은행업종 지수는 전일보다 8.01% 오른 203.59에 장 마감했다. 이밖에 증권(4.95%), 금융업(3.76%) 등 금융주들이 이날 코스피 지수의 상승 폭(2.87%)을 훌쩍 앞섰다. 개별종목 중에서는 신한지주(11.72%), 기업은행(8.11%), 미래에셋대우(7.43%), 우리금융지주(6.70%), KB금융(6.48%), 삼성증권(6.07%) 등이 급등했다.
금융주는 앞서 워런 버핏이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금융사의 지분을 처분했다는 소식에 비관론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곧바로 반등하며 워런 버핏에게 한 방을 먹이고 있다. 실제 워런 버핏의 금융주 지분 정리가 알려진 지난달 15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 금융업종 지수는 15.42%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1.40%)을 4.01%포인트 앞선 것이다.
애초 금융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실물경제 침체로 돈 빌린 기업들이 도산할 가능성이 커진 데다가 세계적인 금리 인하 추세에서 은행들은 이자 마진을 얻기 어려운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은행의 경우 코로나 대응 정책으로 인한 출자 부담, 주주환원 기조 후퇴 가능성 등까지 주가 발목을 잡았다. 증권업도 주가지수연계증권(ELS)과 관련해 대규모 마진콜 등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보험업종은 채권, 주식 등 보유자산 부실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경제 활동 재개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금융주에 자금이 다시 쏠리기 시작했다. 지난 5월 기준금리 인하 결정으로 추가 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사라진 점도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게다가 정부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전례 없는 대책을 펼친 점도 투자심리 개선에 한몫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백두산 연구원은 “금융시스템 안정과 적극적인 신용공급 정책으로 비이자이익과 대손율을 둘러싼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했다”며 “단기자금시장과 외화자금시장 모두 자체적 시장 조달 기능이 복구됐는데 증권, 카드, 캐피탈 등 비은행 부문의 실적 회복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증권가는 금융업종 중에서도 증권사들이 상대적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한다. 저금리 시대에 유동성이 풍부한 환경에서는 이자 사업보다 수수료 사업의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케이프투자증권 김도하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주요국 중앙은행 자산 증가 등 유동성이 풍부한 환경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통화량 증가로 자산-부채 마진율이 하락하는 이자 사업보다는 자금의 회전 및 유통에서 이익을 얻는 수수료 사업이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