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일문일답] 이주열 총재 "코로나 확산 장기화, 성장률ㆍ물가 큰 폭 하향"

입력 2020-05-2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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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성장률 -0.2%, 11년만 마이너스 전망..10개월만 완화정도 조정 삭제 금리이외 정책 강구할 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신종 코로나바이너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의 성장세와 물가상승률이 기존 전망치에 비해 큰 폭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8일 5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금리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행 연 0.75%에서 연 0.50%로 25bp(1bp=0.01%포인트) 인하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난 3월 임시 금통위에서 0.5% 인하한 이후 두 달 만이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다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아울러 한은은 이날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마이너스(-) 성장률 전망을 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7월의 -1.6%(2009년 성장률 예상) 이후 11년 만이다.

이 총재는 “전 세계 확진자가 2분기에 정점을 이르고 하반기에는 대규모 확산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기반으로 했다”라며 “이 전제에 따라 기존의 전망보다 크게 낮게 예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코로나의 전개 상황과 국내외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통화정책방향문구에서 10개월만에 '완화정도의 조정여부'가 삭제된데다, 이 총재도 금리이외의 정책을 수차례 언급한 만큼 추가 인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마이너스 성장률이 나온 배경은?

“올해 경제 전망을 –0.2%로 전망했다. 코로나 확산을 가정해 기초했다. 확진자가 2/4분기에 정점에 이르고 차차 진전 국면에 들어서고 국내에서는 국지적 확산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대규모 확산을 없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지난 한 달간 글로벌 코로나 전개 양상이 지연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남미를 비롯한 신흥국에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워낙 불확실성이 높아서 가정이 어떠느냐가 중요하겠지만, 기본 시나리오보다 낙관적으로 본 경우, 외의 경우를 나눠서 숫자를 짚어봤다. 낙관 시나리오는 소폭의 플러스로 봤고, 비관 시나리오는 마이너스 폭이 비교적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봤다.”

- 이번 통방문에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겠다’라고 명시한 이유는?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선 이를 지원하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취지로 쓴 것이다.”

- 미·중 무역분쟁이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지?

“세계 경제뿐 아니라 한국경제가 이미 지난해에 경험했듯이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여 투자와 교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현재 양국 간의 무역이슈를 중심으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구체화 될지 혹은 구체화 된다면 어떤 조치가 어떤 강도로 나올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이를 수치에 반영하지 못하고 하방리스크로만 봤다.”

- 정부의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수급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있다. 앞으로 계획은?

“1, 2차 추경에 따른 국고채 발행규모가 확대되고 기간산업안정기금 채권도 발행될 계획이다. 수급불균형의 우려가 크다. 3차 추경에 따라서 국고채 발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규모의 국고채가 발행되면 수급불균형에 따라서 시장불안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장기금리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다면 시장안정화 차원에서 필요시에는 국고채 매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 국고채 매입을 정례화할 생각은?

“금융시장의 상황, 수급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매입 수준을 얘기하기는 이르다. 활용 가능한 다양한 시장안정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장기금리 변동성이 확대되거나 확대될 가능성이 클 때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적극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는 점을 강조하겠다.”

- 한은의 국채 단순매입이 다른 나라와 성격은 다르지만, 양적완화로 해석할 수 있는지?

“의미가 양적완화냐 아니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국고채 단순매입은 시장 불안에 대응해 시장안정화 차원에서 취한 조치다. 다만 통화정책기조의 추가 완화를 위해서 장기금리의 추가하락을 도모하는 대규모 양적완화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 자산 인플레가 심화하고 이것이 빈부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은?

“평상시와 같다면 그런 우려가 있다. 현재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조치, 낮은 수준의 금리는 빈부격차로 이어진다는 얘기는 조금 앞서 나가지 않았나 싶다. 지금처럼 경기가 아주 부진할 때는 충격이 취약계층에 이뤄진다. 이런 상황에선 재정정책이든 적극적으로 취약계층의 소득 감소를 막아주고 고용을 유지해주고 성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 돼야 한다. 현재로서는 빈부격차 확대로 생각할 단계는 아니다.”

- 금리 ‘실효하한’을 고려한 금리정책 얼마나 남아 있다고 보나?

“실효하한은 주요국 금리, 국내외 금융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가변적일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가 실효하한 수준에 비교적 가까워졌다. 자본유출 측면에서 본다면 선진국보다는 우리나라의 실효하한이 더 높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물론 미 연준이 마이너스 수준으로 내리면 실효하한도 달라질 수 있고, 그만큼 정책 여력도 늘어나는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현재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를 가정해서 생각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 국내 재정정책 여력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지?

“취약계층과 어려운 기업을 지원하는 데 재정을 확정해서 운영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위기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면 그에 따라서 성장기반 훼손이라던가 잠재성장률 하락 등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재정정책 여력이 큰 것은 일반적인 평가다.”

- 조윤제 금통위원이 이번에 보유주식 논란으로 표결에 참석하지 못했다.

“금통위원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재산공개 대상자다. 금통위원으로 선임 발표되면 금통위실에서 관련 법률과 절차를 안내한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재산공개 대상자가 주식을 3000만 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이를 처분하거나 백지신탁 하도록 돼 있다. 조윤제 위원은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주식 보유 시에 지켜야 할 절차를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

- 기준금리 인하를 7월이 아닌 5월로 선택하신 이유는?

“코로나 영향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률이 거의 0%로 떨어졌다. 물가상승률도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 SPV 운영방안 논의 중이다. 한은의 역할은?

“한은법 80조에 따라 이뤄진다. 긴급 여신을 제공할 때 해당 기업의 업무와 재산상황을 확인토록 돼있다. 법 취지에 맞춰서 SPV 운영에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느냐는 정부 당국과 협의해 나갈 생각이다. 협의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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