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자금 유동성 확보에 총력... '비현실적 방안' 비판도 나와
19일 발표된 '금융시장 불안 극복방안'에 이어 22일께에는 건설산업분야도 포함한 '실물경제 안정대책'도 나올 예정이다.
이번에 나올 '실물경제 안정대책'에서 건설 금융지원 방안은 주로 건설사들의 자금 유동성 확보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6월과 8월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미분양 대책을 발표했지만 별다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결국 이로 인해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는 더욱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건설업계는 신규사업이 전무한 상황. 올 초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출시된 분양물량이 대부분 미분양으로 남아 건설사들의 자금줄이 마른데다 건설업계 위기를 '과대 평가'한 금융계의 불신감에 따라 신규 부동산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전면 막혀 있는 상태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모그룹이 국내최대 재벌인 삼성물산을 제외한 어떤 건설사도 은행권 PF가 불가능하다" 며 "미분양을 파는 것 외엔 건설업계의 일감은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의 관심은 온통 22일 발표될 금융지원 방안에 쏠려 있다. 단기적으로 건설업계의 유동성을 확보해 2~3년간 시장 불황기를 대비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기대인 셈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발표할 건설산업 분야 금융지원 방안은 어떤 것이 나올까? 현재까지 업계에 나오고 있는 지원방안은 미분양 펀드 조성에 의한 미분양 아파트 환매조건부 매입과 자산유동화 기업어음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연장, 공공택지 매입 등이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19일 "금융위기의 실물부문 전이가 가장 걱정되는 것이 건설 분야"라며 "건설회사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부도나는 일이 없도록 하는데 정책의 초점들이 맞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지난해 도산한 (주)신일의 경우와 같이 흑자부도를 막는데 총력을 다한다는 것이 이번 건설사업 금융지원방안의 핵심 목표인 셈이다.
우선 미분양 펀드 조성은 구체화되고 있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2~3개 업체가 미분양 펀드에 대해 투자 의향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미분양 아파트의 환매조건부 매입을 위해서도 대한주택보증이 약 2조원을 출현, 환매조건부 매입을 빠르면 내년 초 시작할 방침이다. 대한주택보증은 공정률이 50% 이상 진행된 단지를 대상으로 매입에 나설 전망이다.
이와 함께 건설업체의 어음 만기연장에도 적극 나선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돌아오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도 선별적으로 만기를 연장해 주고 건설업체들이 금융기관과 함께 신규 PF도 일으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체들이 보유한 자산에 대해서도 정부의 매입이 이뤄질 전망이다. 우선 한국토지공사가 건설업체에 분양한 공동주택용지의 계약 해지를 허용해 중도금을 돌려주는 등 정부가 직접 금융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무분별한 환매를 막기 위해 계약금 10%는 보전해주지 않고 환매를 통해 받은 돈 역시 채무 상환으로만 사용토록 한정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기업들의 비업무용 토지매입을 결정, 6조원을 출현한다는 방침도 전해지고 있다.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 매입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이후 10년 만에 다시 취해지는 조치다. 정부는 민간건설업체가 자체 조성한 공동주택용지도 매입하고 공동주택용지 분양계약의 해약도 허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불확신도 크다. 우선 환매조건부 매입은 사업 당사자인 대한주택보증이 3차 공기업선진화 방안에 따라 민영화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난맥에 빠지게 됐다.
대주보의 업무자체가 미분양 매입보다는 민영화 저지에 촛점을 맞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토지공사의 경우 이명박 정부 수립 이후 주요 업무가 토지개발이 아닌 주토공 통합 저지에 맞춰진 상태다.
건설사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분양가 10% 인하 등 자구노력에 대한 요구가 지나치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숫제 건설사들을 도둑취급하고 있다"며 "손절매 할 수 없어 미분양을 매각하지 않은 회사는 그대로 자구노력을 하지 않은 회사가 되는 논리"라며 정부의 '자구노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토공의 택지 환매에 대해서도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토공의 환매 대상 토지는 'PF 가 된 땅'과 'PF가 되지 않은 땅' 두 가지로 분류된다"며 "'PF 가 된 땅'을 매할 경우 계약금과 중도금이 금융권으로 회수되며 위약금 10%를 오히려 더 부과해야 하며, 'PF가 안된 땅' 중 계약금만 낸 경우라면 계약금 전액을 위약금으로 상환해야하는 만큼 실제적으로 건설업체에게 돌아올 이익은 없고 손해만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