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 충돌 격화, 어떻게 균형 지킬 수 있나

입력 2020-05-2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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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날로 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무역분쟁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세계 초강대국 두 나라의 정면 충돌에 불을 붙였다. 미국은 경제와 외교 전반에 걸쳐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중국은 거칠게 반발하고 있다.

양측은 원색적인 언사로 서로를 비방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약탈적 경제’라며, “또라이, 악랄한 독재정권”이라고 공격했다. 중국은 트럼프를 향해 “완전히 미쳤다”고 비난했다. 미 백악관은 최근 공개한 의회보고서에서 “중국은 생명과 자유 등에 대한 미국의 기본 신념을 흔드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중국에 대한 압박과 봉쇄 등 ‘경쟁적 접근’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대중 유화정책의 폐기와 함께 신냉전(新冷戰)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미국은 자국 기술이 활용된 해외 기업의 반도체를 중국 화웨이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또 ‘경제번영네트워크’(EPN)라는 반중(反中) 경제블록의 구상을 내놓았다. 중국을 배제하고 친미(親美) 국가들을 연결해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도 참여를 종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의 외교와 안보, 경제에 중첩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그리고 미국은 우리 안보의 버팀목이자 2위 수출 대상국이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작년 기준 25.1%, 미국은 13.5%다. 두 나라의 충돌은 우리 안미경중(安美經中) 의존구조를 뿌리째 흔드는 심각한 위협이다.

미국은 EPN을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우리로서는 어느 한 편에 서야 하는 양자택일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제 역학관계의 냉엄한 현실이다. 미국과 중국의 틈새에서 그동안 유지해왔던 우리 외교의 ‘전략적 모호성’은 설 자리가 없다. 사실 안보와 경제 어느 쪽을 더 우선해야 할 가치인지는 굳이 따져볼 것도 없다. 그럼에도 다른 쪽의 보복은 불가피하다. 이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놓고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무자비한 경제보복을 당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난국의 극복을 넘어, 우리 경제의 미래가 가장 엄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선택지도 별로 없다. 딜레마에 빠진 상황에서 국익을 지킬 수 있는 균형외교를 말하지만 빈약한 외교력으로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기대는 전략의 근본적인 재편이 요구된다. 최우선 과제는 공급망의 과도한 중국 의존구조를 탈피하고 시장을 다변화해 외부 충격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관건이다. 말은 쉬운데 갈 길은 멀고, 뾰족한 방도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 정말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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