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C 착공' 달리는 오피스텔, 차분한 아파트

입력 2020-05-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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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3차아이파크, 입주 6개월 만에 몸값 1.2억↑…인근 고가 아파트는 급매물에 몸 낮춰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3차아이파크' 오피스텔.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한 이 오피스텔 전용면적 22㎡ 호가는 이달 중순 4억8000만 원까지 올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대치3차아이파크 전용 22㎡형은 저층부가 3억4000만 원에 거래됐다. 분양가(약 3억4000만~3억6000만 원)와 비교해도 1억2000만 원 넘게 몸값이 불었다.

이 오피스텔 몸값을 올린 건 테헤란로 건너편 삼성동에 들어설 현대자동차그룹 신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덕분이다. 현대차는 2014년 옛 한국전력공사 본사 부지를 사들인 지 6년 만이 이달 6일 GBC 착공 허가를 받았다.

GBC는 밑그림이 나올 때부터 강남 부동산 지도를 바꿔 놓을 '빅 프로젝트'로 꼽혔다. 지상 105층짜리(569미터) 국내 최고층 건물과 호텔, 공연장, 전시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차 공공 기여금 등 1조3000억 원을 투자해 영동대로 지하 공간 통합개발, 잠실 주경기장 리모델링 사업도 함께 진행된다.

이 때문에 GBC 공사가 한 단계 나아갈 때마다 주변 집값이 출렁였다. 지난해 연말 GBC가 건축 허가를 받을 때는 강남권 집값이 한 달 새 2% 상승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GBC와 가까운 강남구 삼성동과 청담동, 대치동 등은 계속해서 개발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번 착공 소식엔 가장 빠르게 움직인 시장은 오피스텔 시장이다. 대치3차아이파크만 해도 걸어서 10여 분이면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GBC에 도착할 수 있는 대표적인 GBC 수혜단지로 꼽힌다.

GBC와 1.5㎞로 떨어진 삼성동 '아르헤타워' 오피스텔 역시 GBC 착공 소식에 들썩이긴 마찬가지다. 이 오피스텔 전용 37㎡형 GBC 착공 이후 6억 원에 매물이 나왔다. 복층형 프리미엄을 갖추긴 했지만 2016년 입주를 시작한 이래 최고가다. 그간 실거래 최고가였던 5억4000만 원보다 10% 넘게 올랐다.

대치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GBC가 완공되면 현대차 등 임직원 입주 수요가 늘 것이란 생각엔 오피스텔 매입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 보유자들도 가격을 높여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GBC, 삼성역과 가까운 삼성동 상업용지 가운데는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는 여유가 거의 없다"며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가격이 더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도 오피스텔 시장을 키우고 있다. 금리가 사상 최저 상태에 머물러 있는 현재 상황에선 오피스텔 월세처럼 안정적인 현금 수입원이 주목받기 때문이다.

그간 GBC 수혜를 크게 입었던 아파트 시장은 이번엔 잠잠하다. 2~3년간 호재가 꾸준히 선(先) 반영된 데다 정부 규제와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치면서 발이 묶여 있어서다. 다음 달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유예를 앞두고 강남권 아파트 단지에선 급매물이 늘면서 집값 상승을 누르고 있다.

GBC에서 도보로 20여 분 떨어진 '삼성 힐스테이트 2단지'에선 최근 20억5000만 원에 전용 84㎡형 급매물이 나왔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1층 매물이긴 해도 실거래 최고가(24억 원)와 3억5000만 원 차이가 난다. 지난해 11월 21억 원에 매매됐던 1층 물건과 비교해도 5000만 원 낮다.

영동대로와 접해 있는 재건축 단지인 청담동 삼익아파트에서도 전용 109㎡형 시세가 24억 원까지 낮아졌다. 지난해 연말 이 아파트 전용 109㎡형은 28억8000만 원까지 오르면 최고가를 기록했다. 청담동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가격을 높여 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 아파트는 워낙 입지가 좋다 보니 경기가 풀리면 가격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지해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아파트에 비해 GBC 호재를 덜 받았던 오피스텔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면서도 "단기간에 임대 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 만큼 수익률 측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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