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당시 불행하게도 모든 언론은 광주에서 벌어지는 참극에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국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신군부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다 막아버렸다. 그러나 일부 해외 언론의 취재와 보도로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다. 그중에는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가 어렵게 찍은 광주의 필름이 여러 사람들의 숨은 조력으로 해외로 무사히 나갈 수 있게 한 힘이 크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광주의 실상이 제대로 알려졌을까? 외부 불온세력이 일으킨 폭동이나 북한의 지령으로 일어난 사태로 알려져 있던 광주의 열흘은 한 외국인 기자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세상 밖까지 진실이 알려진다.
극중 택시운전사 만섭은 서울로 돌아와 목숨을 걸고 가져온 취재 자료를 우연히 알게 된 국내 한 신문사 기자에게 전달하나, 그 기자는 누구 신세 망칠 일 있느냐며 슬그머니 쓰레기통에 버린다. 영화 편집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난 장면이지만 나는 진실이 드러나기까지 우리의 모습이 그러지 않았을까 싶어 심히 부끄러웠다.

▲택시운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