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인터뷰] 이경민 미래에셋대우 전무 “투자도 일도 ‘마음근육’을 키워야 할 때”

입력 2020-05-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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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재 중시한 미래에셋대우, 첫 여성 전무...“기회의 중요성, 사회가 함께했으면”

▲이경민 미래에셋대우 전무가 8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시장도 고객 마음도 예측할 수 없죠. 그럴수록 우리 일상 속 ‘마음 근육’을 키워야 합니다”

이경민 미래에셋대우 전무는 8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역동적인 자본시장에선 흔들리지 않는 투자 원칙과 고객관리가 중요하다”면서 “일상 속 마음근육을 키우면서 변함없는 ‘고객 중심’의 원칙을 지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경민 전무는 미래에셋대우 창사 이래 영업 부문에서 탄생한 첫 여성 전무다. 증권업은 여성 임원을 찾아보기 어려운 대표적인 불모지로 꼽힌다. 2016년 그가 첫 여성 상무로 발탁됐을 당시, 시장은 증권가의 견고한 유리천장에도 균열이 시작됐다며 그를 주목했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2018년 11월, 그는 전무로 승진하면서 다시 한번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첫 여성임원 타이틀, ‘기회’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 = 이 전무는 자신을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특별한 기회’가 주어졌기에 오늘날 자리에도 오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 입사’ 때부터 ‘특별한 기회’가 시작된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 전무는 “25년 전 제가 입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증권가는 상경 계열에서만 인력을 채용했다”면서 “상경 계열의 여학생 비율 자체가 적은 것이 그동안 증권가 여성인력을 찾기 어려웠던 이유이기도 하지만 제가 지원할 당시 처음으로 ‘인문 계열’도 채용을 확대하면서 110명 동기 중 여성 신입사원이 당시 46명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기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녀를 구분해서 채용하면 역차별이라는 반발을 제기할 수 있지만, 최소한 여성 인력도 지원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을 넓히는 것은 필요하다는 의미다. 마치 우연처럼 그가 증권가의 문을 두드렸을 때처럼 말이다.

그는 “동기들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졌던 것도 저에겐 감사한 일인데 지점뿐만 아니라 본사에서 여러 부서의 일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며 “증권사에 PB가 처음 도입된 후 영업, 기획, 전략, 시스템 개발, 법인 영업을 모두 거치면서 오늘날 밑거름이 됐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이 전무는 여성 인력에 기회를 보장하려는 기업 문화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임원 발표 당시, 미래에셋대우는 여성의 전문 인력에게도 기회를 주려는 변화가 시작됐다”며 “나는 이런 변화의 움직임에서 혜택을 받은 첫 수혜자”라고 말했다.

이어 “직장 내 성 다양성을 바탕으로 각 성별의 강점을 살려 조화를 이룬다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믿어보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의 꽃은 돈, PB로 시장과 사람 공부해” = 이 전무는 PB 경력만 20년을 앞두고 있다. 특히 그는 ‘그랜드마스터 PB’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그랜드마스터 PB의 조건은 관리 자산 1000억 원 이상, 회사 기여 수익이 연 10억 원 이상이다. 이 가운데 그가 관리하는 자산 규모만 1조3000억 원 규모에 달해 미래에셋대우를 대표하는 PB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전무는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이룬 PB가 되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PB가 되자마자 경제학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금융 지식을 쌓았다. 자신의 강점으로 생각한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한 고객관리를 하되 분석적인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다.

그는 많은 경험을 쌓은 지금 역시 '고객도 투자도, ‘쏠림’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어 “카피라이터를 꿈꿨던 젊은 시절이 있을 만큼 ‘감성 영역’이 크다고 판단했는데 PB업무는 이성적으로 끊임없이 분석하고 고객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일들이 주이기 때문”이라며 “어쩌면 저의 장점이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만의 강점인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한 고객을 만나고 또 시장을 끊임없이 분석하다 보니 고객과 신뢰도 쌓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고객과의 관계, 이른바 ‘케미’도 중요한 요소라고 꼽았다. 그는 ‘틀림이 아닌 다름’이라는 말이 있듯이 고객과의 관계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즉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 ‘서로가 맞고 안맞고’의 차이이기 때문에 ‘케미’가 맞으면 투자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고객 성향 역시 선택과 집중이 되는 것 같다”며 “자산관리 업무를 한지 어느덧 20년을 앞둔 지금 당시 처음 만난 대부분 고객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을 직접 만나면서 여전히 ‘사람’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이 전무는 “PB 업무가 치열한 자기관리와 지속적인 노력을 요구하지만 그런데도 흥미로운 이유는 성공한 부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회”라고 믿고 있다.

그는 “성공한 사람들은 그들만의 특징이 있다고 하는데 이런 사람들을 내가 고객으로 모시고 이들에게 배울 점을 받아들인다면 나중엔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어느 누구보다 '부자'들을 많이 만난 이 전무는 성공한 부자들에 대해 ‘적은 돈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이 전무는 “부자들은 돈의 목적에 대해 명확하다”며 “용도와 목적자금에 따라 다른 대응 자세를 보이는 등 적은 돈이라도 맞춤형 투자성향을 취하는 모습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미래에셋대우 전무가 8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흔들리지 않는 일상 속 ‘마음근육’ 필요해”= 현대 자본시장은 세 차례의 위기가 있었다. 1997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오늘날 코로나19 사태다. 이 전무는 이 세 차례 금융위기를 모두 겪었다. 이 가운데 체감하기에 어떤 시장이 가장 어려운지 묻자 “지금이 가장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면서 웃었다.

이 전무는 “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이 제일 힘든 것 같다”며 “그렇게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예측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이 전무는 신입 시절로 영업점에서 법인업무할 때였는데 당시엔 금리 자체가 20%가 넘는 고금리 시대로 다른 투자 대안이라도 있었다는 것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때 역시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현금을 풀었는데 정책 공조로 인한 유동성으로 장도 회복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코로나19 금융위기는 전에 있던 금융위기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차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기도 하지만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는 ’설명이 어려운 시장‘도 나타나고 있다. 또 저유가에서 실물경기로 옮겨가기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저점 확인도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이 이 전무의 설명이다.

이 전무는 “실질적으로 한 달 만에 시장은 거의 다 회복됐지만, 문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며 “제조업에서 언택트로 시장흐름이 옮겨가는 등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 향하고 있어 산업 생태계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역동적인 자본시장일수록 흔들리지 않는 ’마음근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변동성이 큰 시장일수록 어느덧 고객의 포트폴리오가 본래 고객 투자 성향과 다른 방향으로 갈 때가 있는데, 이런 순간을 가장 경계한다는 것이다. 이 전무가 ’마음근육‘을 강조한 이유다.

그는 “좋아 보이는 시장이 있을 때가 있다"면서 "오로지 은행 정기 적금만 할 만큼 보수적인 투자성향이 있는 고객들도 이런 시장에선 위험자산을 원할 때가 있는데 물론 처음엔 수익을 볼 수 있겠지만, 어느덧 무리수를 두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그럴수록 전 본래 고객 투자 성향을 잃지 않는 ’고객 중심 원칙‘을 다짐한다. 일도 투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아울러 자본시장에서 활동하는 여성 후배들에게도 ’마음근육 키우기‘를 강조했다. 그는 “모든 성과는 철저한 자기관리에서 시작된다”며 “자신의 업무 철학을 세우고 전문 능력도 함께 올린다면 급변하는 외부환경에도 ’나 자신‘을 잃지 않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가 여성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게 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요 약력= 이경민 미래에셋대우 프라이빗뱅킹(PB)클래스 갤러리아지점 전무는 2010년 4월 대우증권에 입사해 2012년 부장, 2013년 이사, 2016년 상무를 거쳐 지난 2018년 전무로 승진했다. 그는 2012년부터 그랜드마스터 PB를 유지하고 있다. 그랜드마스터 PB는 관리자산이 연간 1000억 원 이상, 회사 기여 수익은 10억 원 이상이어야만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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