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이민석 변호사 “사기꾼은 진화 중…솜방망이 처벌 강화ㆍ검경 합동 수사로 막아야”

입력 2020-05-10 11:14수정 2024-01-2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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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석 금융피해자연맹 고문 변호사. (사진= 박기영 기자.)

“사기꾼들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과 검찰의 대응력 부족이 문제다.”

이민석 금융피해자연맹 고문 변호사는 10일 이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대규모 사기 사건이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실제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불린 조희팔 사건 이후 IDS홀딩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라임자산운용까지 피해액이 1조 원을 넘는 대규모 사기 사건이 이어지며 많은 피해자들을 낳고 있다.

금융피해자연맹은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피해자연합회, 키코(KIKO) 공동대책위원회,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 등 피해액이 1조 원에 달하는 사건 피해자들이 모인 단체다.

이 변호사는 현재 가장 시민단체 활동이 활발한 법조인 중 하나다. 2016년 IDS홀딩스 사기사건 피해자들의 법률 자문을 맡아, 엄벌을 탄원하고 도주 중인 지점장을 검거하는 데 기여를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그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 39회에 합격해, 2002년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검사로 임관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사직하고 나온 뒤, 시민단체 활동에 주력했다. 검사를 그만둔 이유는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 ‘효순이 미선이 사건’, ‘검사 조폭 살해 사건’, ‘배달호 열사 사건’ 등이 연이어 벌어졌지만 사법과 인권에 대한 보호 체계가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신임 검사가 바꿀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2003년 변호사를 개업하고 민주노총 건설 노조 고문 변호사, 전국공무원 노조, 민족문제 연구소 등에서 활동하며 인권과 사회 평등에 힘을 보탰다. 그런 그가 금융사기 사건에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지난 2015년이다.

전혀 다른 사건을 조사하던 그는 우연히 IDS홀딩스 판매책과 알게 됐고,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가 유사수신과 사기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만 명을 넘어섰다는 것을 알고, 엄벌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실제 피해자들과 공조해 도주 중인 IDS홀딩스 핵심인물을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대규모 금융사기 사건에 대해 검경 합동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인력이 제한적이라 피해자가 만 명 단위로 나오는 금융사기 사건을 꼼꼼히 수사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상대적으로 인력이 많은 경찰과 협력해 피해자 조사 등을 면밀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은닉재산 확인이나 정관계 로비, 금융범죄 수법 좀 더 전문적인 부분에 집중해야한다고도 설명했다.

또 현재 사기에 대한 법 감정이 국민정서와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는 점도 문제라고 봤다.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는 1조 원을 사기치고 총 징역 17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도 확인된 것만 9000여억 원의 금융범죄를 저지르고 총 징역 14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연봉으로 따지면 1년에 500억 원 이상인 셈이다.

공수처를 통한 수사 신뢰도 향상도 역설했다. 대규모 피해자가 발생하는 민생범죄의 수사 과정에서 ‘봐주기 수사’나 ‘덮기 수사’가 벌어지는 경우에는 공수처에서 철저히 수사해 엄벌해야 범죄예방이 이뤄진다는 분석이다.

그는 현재 금융사기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기를 내세운 상품 다단계 사기였던 조희팔 사건에서 해외fx마진 투자를 들고나온 금융다단계 IDS홀딩스 사건을 거쳐, 비상장 주식투자를 내세워 사모펀드를 모집해 사기 행각을 벌인 밸류인베스트코리아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사모펀드형 사기의 라임자산운용 사건이 발생해 수법이 더욱 교묘해졌다.

언론의 역할도 재차 강조했다. 조희팔 사건 당시에는 전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과 달리, 이후 사기사건은 상대적으로 보도가 적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IDS홀딩스, 밸류인베스트코리아를 홍보하기까지 하고 불리한 기사는 삭제하기도 했다. 언론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사기 범죄를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 논란이 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행사 참석 영상이 검찰이 흘린 정보라고 하면서 쟁점을 흐리는 사람도 있다"며 "해당 영상은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모집책이 유튜브에 올린 것으로, 노사한 회원이 이 동영상을 보고 노무현 재단 회원게시판에 동영상이 있다고 글을 올린 것인 것이다. 주위에서 여러 음모론이 많은데, 사기라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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