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과천 아파트값도 '뚝뚝'… 석달 새 3억↓

입력 2020-05-0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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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엎친 데 코로나 덮쳐…수도권 전역으로 집값 하락세 퍼질 듯

웬만한 서울지역 집값을 웃돌았던 경기 과천시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서 시작한 집값 하락세가 과천을 거쳐 수도권으로 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과천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달 대비 0.01% 하락했다. 경기지역에서 3월보다 아파트값이 하락한 지역은 과천과 파주(-0.03%), 위례신도시(-0.02%), 김포한강신도시(-0.01%) 네 곳이다.

과천 집값 동요는 지역 '대장 아파트'에서도 읽을 수 있다. 원문동 래미안슈르 전용면적 84.9㎡형은 최근 호가가 12억5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시세가 15억4500만 원까지 올랐던 올 2월과 비교하면 3억 원 가까이 낮다. 옛 과천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슈르는 재건축 선두 주자인 데다 서울을 오가기 좋은 입지 덕에 과천에서 '대장 아파트'로 군림했다.

이 같은 상황은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노후 아파트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림동 과천주공8단지 전용 73.0㎡형도 최근 12억 원 언저리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인근 주공9단지와 공동으로 재건축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주민 동의율까지 채웠지만 가격은 뒷걸음치고 있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이 아파트는 13억7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과천은 수도권 집값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꼽혔다. 특히 하반기엔 아파트값 상승률(14.5%)이 수도권 시ㆍ군 중 가장 높았다. 쾌적한 주거 여건과 재건축 가속화, 서울 부동산 규제 풍선효과(부동산 규제로 비규제 지역 집값이 오르는 현상)이 겹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말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12ㆍ16 대책)을 기점으로 전방위 규제를 펼치면서 과천 주택시장은 수요와 공급 양쪽에서 모두 흔들리고 있다.

공급 측면에선 세금 부담과 시장 악화가 걸림돌이다. 별양동 H공인 관계자는 "매도 타이밍을 놓친 다주택자들이 뒤늦게 물건을 내놓고 있다"며 "이들이 내놓는 급매물이 전체 시세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6월 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끝날 때까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부동산시장 부진은 주택 소유자들의 불안 심리를 더 키우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과천은 경기권이면서도 강남만큼 집값이 높고 재건축 아파트가 많은 특수한 지역"이라며 "코로나에 따른 경기 침체로 강남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과천에서도 동조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과천 아파트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재건축 아파트는 투자 수요가 많아 상대적으로 규제나 경기 등에 더 민감하다.

수요도 위축하고 있다. 별양동 A공인 관계자는 "작년 12ㆍ16 대책을 기점으로 해서 수요가 말라가고 있다"며 "전부 규제에 들어가니 살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입질이 있어야 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텐데 지금은 거래가 아예 끊겨버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올 4월까지 과천에서 신고된 아파트 매매 496건 중 매매가격이 9억 원 아래인 거래는 32건 뿐이다. 나머지는 현행 대출 규제 대상이라는 뜻이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벌어진 종교 집단 '신천지'가 과천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발길은 더욱 줄었다. A공인 관계자는 "신천지란 말이 나오면 손님들이 고개를 젓는다"며 "코로나 얘기가 들어가면 상황이 바뀌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윤 연구원은 "강남권에서 시작된 집값 하락세가 강북권으로 번지고 있듯 과천 집값 하락이 수도권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한동안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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