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64년생 동갑내기’의 평범하지 않은 ‘최후진술’

입력 2020-05-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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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최후진술'

▲뮤지컬 '최후진술'에서 갈릴레이 역을 맡은 백형훈(왼쪽부터)과 셰익스피어 역의 최성욱. (사진제공=장인엔터테인먼트)

별을 사랑한 대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서 마지막 재판을 받을 준비를 할 때, 그를 인도하는 가이드가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면? ‘1564년생’이라는 것 외에는 국적도, 분야도 다른 두 사람이 황천길에서 지독하게 얽힌 사연이 꽤나 유쾌하게 펼쳐진다.

뮤지컬 ‘최후진술’은 천동설과 지동설 뿐만 아니라 철학과 사상, 종교와 역사적 이야기까지 모두 담고 있다. 1633년 갈릴레이가 ‘프톨레마이오스와 코페르니쿠스, 두 가지 주요한 우주체계에 관한 대화’라는 책에서 지동설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로마교회의 종교재판에 회부되면서 시작된다. 갈릴레이는 살아남기 위해 천동설을 지지하는 내용의 속편을 쓰기로 하지만, 결국 속편을 완성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

이때 셰익스피어가 등장한다. 그와 갈릴레이의 접점은 오직 동갑내기라는 것밖에 없다. 오직 상상력이 만든 이야기다. 갈릴레이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중얼거렸다는 일화도 후세 사람들이 지어냈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셰익스피어가 사후세계에서 갈릴레이랑 만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셰익스피어는 종교 재판에 의해 굴복 당하고 거짓을 담은 속편을 저술하려고 매달리는 갈릴레이를 뜯어말린다. 갈릴레이는 지동설을 지지한 코페르니쿠스와 천동설을 지지한 프톨레마이오스,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다 화형당한 철학자 브루노, 종교재판의 불합리함을 비판한 시인 밀턴, 프레디라는 ‘신’ 등 다양한 인물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그의 최후 진술의 방향성이 잡힌다.

극은 유쾌하다. 오직 두 배우가 공연을 펼치는데, 갈릴레이는 배우 한 명이 소화하는 반면 나머지 한 명이 셰익스피어부터 코페르니쿠스, 프톨레마이오스, 프레디, 밀턴, 마리아 첼레스테, 브루노에 이르는 멀티 배역을 소화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무대와 소대를 숨가쁘게 오가는 배우의 이마에 땀에 젖어있다. 갈릴레이는 단단하게, 셰익스피어는 유연하게 그려냈다.

▲'최후진술' 유성재(왼쪽)와 이승현의 모습. (사진제공=장인엔터테인먼트)

100분여 동안 20곡이 넘는 넘버가 흘러나온다. 록부터 클래식과 팝의 느낌을 가미한 다양한 장르로 구성됐다. 관객은 프레디가 부르는 '러브 이즈 러브(Love is love)'에 맞춰 함께 율동한다. 비행기 티켓을 의미하는 새장을 누구에게 줄지 정하는 것도 관객의 몫이라 참여하는 맛이 있다.

2017년 충무아트센터 소극장 블랙 초연 이후 2018년과 지난해 재공연을 했다. 갈릴레이 역에는 지난 시즌 같은 역을 맡았던 이승현·백형훈과 더불어 김순택·노희찬이 새롭게 캐스팅됐다. 셰익스피어와 그 외 1인 다역으로는 지난 시즌의 유성재·최성욱·최민우와 뉴캐스트 현석준이 출연한다.

31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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