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오르는 자동차 보험료 이면에 차업계 생존전략이?

입력 2020-05-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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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물적담보 손해액 8조 원 돌파…차 업계 신차 출혈 경쟁, 순정부품 선호 관행 영향 준 듯

▲자동차 부품 가격과 공임(수리비)이 꾸준히 오르며 자동차 보험료 인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이투데이 DB)

자동차 수리비가 꾸준히 오르며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차 업계의 부품 가격 인상과 순정부품 선호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보험개발원의 '2019년 자동차보험 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물적담보 손해액은 8조 원을 돌파했다. 물적담보는 사고가 난 뒤 다른 사람(대물) 혹은 자신의 차(자차)를 수리할 때 사용되는 돈을 말한다. 사람을 다치게 해 발생하는 비용(인적담보)의 증가율도 높았지만, 손해액은 물적담보가 인적담보보다 여전히 2조 원가량 더 많았다.

물적담보 손해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부품 가격이었다. 부품비는 2018년에 전년 대비 11.7%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2.7% 늘어난 3조1283억 원에 달했다. 특히 수입차 부품 가격은 국산 차의 4배 수준이었다.

부품 가격이 꾸준히 증가한 배경에는 완성차 업계가 신차 가격을 두고 출혈 경쟁을 벌이는 현실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금이라도 더 낮은 가격에 차를 팔기 위해 경쟁하다 보니 신차 시장에서 충분한 수익을 얻지 못하는데, 이를 부품 가격으로 보전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완성차 업계는 핵심 차종의 출시가 집중되는 '골든 사이클'에 진입한 상태다. 한정된 규모의 내수 시장에 국산과 수입을 가리지 않고 신차가 쏟아지자 세단과 SUV 등 모든 차급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낮게 책정한 가격을 내세우는 '가성비 전략'도 만연하게 사용되고 있다.

실제 완성차 업계는 부품 가격을 꾸준히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증 원인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자동차 사고에서 빈번하게 수리되는 앞, 뒤범퍼와 뒷문의 가격은 최소 5%부터 최대 11%까지 급증했다.

▲자동차 부품 가격 연도별 추이 (사진제공=보험개발원)

차 업계 관계자는 "국산 차와 수입차 업체 모두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신차 판매에서 충분한 수익을 남기지 못한다"며 "반면에 부품 가격은 구매 이후 지출되는 비용이라 인상돼도 소비자의 큰 주목을 끌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부품 교환 시 순정부품을 고집하는 관행이 수리비 인상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부품값을 낮추기 위해 2015년 대체부품인증제를 도입했다. 대체부품은 성능과 품질이 순정품과 같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한 대체품을 뜻한다. 이 제도가 정착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대체부품이 순정부품 가격의 75% 수준에서 판매되고, 순정품 가격도 덩달아 인하되는 효과가 있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대체부품 사용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차 업계와 정비 업계가 제도 정착이 적극적이지 않고, 소비자가 정품을 선호하는 인식이 강한 탓이다.

수리비 등 물적담보 손해액의 증가는 보험업계의 자동차 보험료 인상 명분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 11개 보험사는 올해 1분기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최근 모두 마무리했는데, 최소 2.9%에서 최대 5.5%까지 보험료를 올렸다.

업계에서는 정확한 부품 가격 등 보험료 인상 요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올해 2월 차 보험의 주요 원가를 지수화하는 원가지수 개발에 착수했다. 이를 토대로 부품 가격을 명확히 파악해 보험료 책정 과정의 잡음을 줄일 계획이다. 또한, 국회는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를 구성토록 하는 자동차손해배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토대로 보험과 정비업계 위원을 모아 정비요금 책정에 분쟁이 발생하면 조정토록 할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정거래 여부를 감시하고, 필요하다면 부품 가격의 최저와 최고치를 공표하는 등 일정 부분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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