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어렵고 정치적 갈등 소지 남아
한국석유공사가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와 최종 계약한 '석유개발-SOC 연계사업'이 건설업체들의 SOC 컨소시엄 참여에 난색을 표하면서 또 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13일 지식경제부와 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지난달 25일 이라크 쿠르드 지역의 8개 탐사광구에 대한 광권 계약과 SOC 건설지원에 대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르면 쿠르드 정부는 석유공사에 8개 탐사광구 광권을 주고 석유공사는 쿠르드 지역에 21억달러 상당의 발전소와 상하수도 등의 SOC 건설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문제는 21억달러의 SOC 사업 가운데 초기에 6억달러의 사업을 먼저 시행키로 하고 이중 4억달러를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업체들에 부담시킬 계획이었으나 업체들이 참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인해 사업에 필요한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 사이에 석유 광권에 소유권 문제 등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것도 참여 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석유공사는 지난 6월21일 쿠르드 지역 8개 탐사광구에 대한 광권 계약과 SOC 건설지원 계약을 19억 달러의 자금 조달을 조건으로 체결했으나 SOC 컨소시엄이 자금 조달에 실패해 최종 계약이 지연돼 왔었다.
그 결과, 그동안 이라크 쿠르드 SOC 사업 참여를 추진해 오던 현대건설과 두산, 코오롱건설 등은 지난 10일 각각 공시를 통해 사업 참여를 중단하고 컨소시엄을 청산키로 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금조달에 난색을 표하고, 석유공사도 자금을 댈 수 없다고 밝히는 상황에서 사업비를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측은 "기존의 현대건설과 쌍용건설을 대표사로 한 SOC 컨소시엄은 유효하지 않다"며 "새로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참여 기업이 없으면 공사가 단독으로 재원을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새로운 컨소시엄 구성 역시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간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석유공사가 제시하고 있는 건설재원 조달 방식도 불확실성이 높아 실질적인 참여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우선 이라크 쿠르드 지역에 대한 석유이권을 놓고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간 갈등을 격오 있는 불안지역이다. 석유자원의 이권배분을 규정한 석유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그 어떤 외국회사도 쿠르드 지역 유전개발투자에 확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으로서는 불확실성이 높은 지역에 막대한 돈을 장기간 묶어 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SOC 컨소시엄 참여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건설재원 방식도 난색을 표하는 원인 중 하나다. 석유공사는 "참여를 원하는 국내건설회사와 공동으로 쿠르드 SOC 건설재원을 조달하고, 공사가 확보한 광구수익의 일부를 통해 건설사업 비용을 상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전개발에 따른 수익이 언제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투자만 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해외자원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 확보도 중요하지만 언제 수익을 낼지 기약할 수 없는 광구만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석유공사는 현재 경남기업, 안흥개발, 동아건설 외에도 많은 기업이 석유공사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지만 아직 검토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는 컨소시엄이 구성되지 않으면 정부의 에너지자금특별융자와 국책은행 등을 통한 대출로 자제 재원을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