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호의 오! 마이 마켓]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는 무엇을 찾을까?

입력 2020-04-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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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소비생활에서나 일상생활에서나 인간은 자기에게 유리한 환경이나 상황, 즉 안정감, 만족, 행복을 더해주는 환경에는 접근하고 그렇지 않다면 회피하려고 한다. 긍정적인 심리적 보상 가능성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고 선택을 제한한다. 또한 특정행동, 예를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 등은 처음에는 자신의 선호와는 상관없이 감염 예방을 위한 합리적 행위로 인식하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반복한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행위는 습관의 형태로 변화한다. 거꾸로 그 습관을 포기하라고 요구받는다면 오히려 낯선 상황으로 인식되어 당황, 혼동, 불안 등 부정적 심리 반응이 나타난다. 거기서 새로운 정상상태를 발견하는 것이다. 새로운 습관, 소비생활이나 쇼핑패턴을 일시적 변화라고 치부하고 예전 방식을 고수하는 사업자라면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다행히 국내에서는 외국과 같이 사재기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은 오랫동안 불안과 공포의 그늘 속에서 나날을 보냈으며 한동안 그럴 것이다. 감염 위험 때문에 외출을 꺼려 온라인쇼핑이 늘고 마스크 등 개인 위생용품 매출이 증가할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나, 과연 장기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별다른 논의가 아직 없다. 새로운 정상상태에 대응하려면 그 실체를 알아야 하므로, 다양한 심리학 연구가 예상하는 새로운 몇 가지 현상을 정리해본다.

자신의 의지와 달리 바이러스가 자신의 몸과 일터를 그리고 생활방식을 지배하였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자신이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구매행동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존재감, 자존감, 자신이 믿고 있는 가치에 부합되는 구매행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구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모험적이거나 새로운 제품에 대한 관심은 덜해지고 쇼핑 자체를 꺼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선택을 하며 자신의 삶에 중요한 제품 구매에 더욱 치중할 것이다. 아마도 일부 사치품, 명품 그리고 신뢰받는 브랜드 제품의 인기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자동차, 음식, 와인 등 자신에게 중요한 상품 구매에는 돈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맛집의 대기줄은 더욱 길어질 것이다. 유명한 집에서 맛보았던 경험 자체가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증명이기 때문이다.

위기의 시기에는 모든 사람이 이기적이 된다.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을 우선시하며 사회적 관계의 범위도 줄어든다. 따라서 즉각적인 효용성이나 가치를 주는 제품, 즉 쾌락적 제품이나 편안함을 주는 제품에 눈길을 돌린다. 예를 들어 음식, 액세서리, 화장품에 대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겠지만 복잡하거나 그저그런 품질의 중저가 제품, 기능이나 AS가 불명확한 제품 등은 잘 팔리지 않을 것이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에 대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겠지만, 원거리의 사회적 관계에 있는 대상에 대해서는 덜 관대할 것이다. 아마도 기부 의지나 금액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매장을 방문하거나 제품을 선택함에 있어 새로운 평가기준이 생길 텐데, 바로 지속가능성과 건강성이다. 청결과 당연히 연계되며 건강한 음식, 신선한 식재료,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음식 준비,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 인기를 끌 것이다. 생산과정이나 원재료에 대한 정보가 불투명한 해외 수입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는 커질 것으로 보이며, 반대로 국내 농산물의 인기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출 식품에 대해 해외 소비자도 똑같이 느낄 것이다. 이들에 대한 판매 촉진은 무력화될 것이며, 쓸데없는 투자는 중단하고 내실을 기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집에 일찍 들어와 오래 머무는 것도 이제 어느 정도 습관화되었다. 단기적으로 집에서 즐길거리 마련에 돈을 썼다면 장기적으로는 공간 구성, 가구 배치, 수납 등 주거환경 개선에 과거에 없던 관심도 기울일 것이다. 쇼핑에 쓰던 시간을 집안에서의 취미활동에 사용할지도 모른다.

사회적 거리 유지는 감염 예방을 위한 것이지만, 이에 익숙해진 소비자는 사회적 거리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나 장소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이를 회피하려고 한다.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대화가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이루어짐을 발견하고 불안감을 느끼는 소비자도 많을 정도이다. 소비자가 불안감을 느끼는 장소를 방문하지 않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인 만큼 매장은 적어도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가시적인 노력을 보여야 한다. 편한 음악, 널찍한 보행공간, 몰리거나 기다리지 않는 계산대, 다른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방지하는 포장 등이 중요하다. 음식점에서 음식 가까이에서의 종업원과 손님의 대화, 여러 사람에게 노출된 반찬과 수저통, 손님이 남기고 간 휴지를 맨손으로 만지는 행위, 너무 촘촘히 붙은 좌석 등은 불안한 소비자를 쫓아버리는 요소들이다. 폐쇄적인 공간보다는 개방된 공간이 보장된 점포가 더욱 인기가 있을 것이다. 예약제의 정착도 예상해 볼 수 있는데, 위생상 적정 수준의 고객 수를 유지하는 동시에 줄어든 좌석으로부터 기존의 매출을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민간부분에서 다양한 일이 실행되려면 정부의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일회용품 사용 금지가 위생을 희생시켜서는 곤란하다. 칸막이 설치가 불가능하거나 수저통이 존재하는것은 규제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이나 정책 수행도 서비스다. 정부는 더이상 분열적이거나 차별적이거나, 일부를 소외하는 정책을 제안해서는 안 된다. 정부 정책 자체가 불확실성이나 불공정함을 더하거나 소외감을 조성한다면 심리적 한계에 다다른 일부 시민들은 폭력적 분노 표출로 대응할 수 있다. 그래서 총기를 가지고 있는 미국이 더 큰 걱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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