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산업 장벽 없어져...논란일 듯
금융위가 장고 끝에 금산분리 개정안을 내놓았다. 연기금과 사모펀드(PEF)는 물론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확대해 은행의 자본확충과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서 금산분리 완화에 따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금산분리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 개정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단계별 완화에서 한 번에 완화
정부는 지난 3월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1,2,3단계로 나눠 완화하는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3단계안은 빠지고 1,2단계안을 한꺼번에 완화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1,2단계로 나눠서 완화할 경우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산업은행의 민영화와 우리.기업은행 지분 매각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산업자본의 참여가 없으면 어렵다는 현실론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직된 은행 소유구조를 개선해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연기금과 PEF의 은행 인수를 허용함과 동시에 PEF의 경우 산업자본 출자 비율을 10%이내에서 30%로 확대키로 했다. 산업자본도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4%에서 10%로 높이기로 했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됐고 은행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투자자층이 넓여져 국책은행 민영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과 산업 장벽 제거...혼합그룹 탄생 예상
국내 보험사와 증권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주사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한 그룹 내 증권.보험사와 제조업 계열사의 공존을 제한하는 것을 없애기로 했다.
이와 관련 현재 지주회사에 적용되고 있는 금산분리 규제가 풀리면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이 속도를 낼 수 있지만 금융업과 제조업 사이의 방화벽이 약해져 금융에서 발생한 위험이 제조업으로, 또는 제조업의 부실이 금융업으로 전이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적 연기금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정부가 간접적으로 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산업자본이 PEF를 통해 은행 경영에 간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늘리고 중장기적으로 소유 규제를 없애면 금융산업의 중추인 은행이 대기업에 좌우되며 자금 흐름이 왜곡되거나 부실화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금융산업을 사실상 지배하는 외국자본과 균형을 이루고 대형 금융회사 출현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처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산분리 규제를 푸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이번 정책으로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될 수 있고 형평성도 헤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