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새차에 헌 타이어 장착 판매

입력 2008-10-13 13:33수정 2008-10-1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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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까지의 수입차 판매가 지난해 실적에 육박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수입차 업체들의 얄팍한 상혼으로 상처 받는 소비자들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2006년 6월, 짚 랭글러를 구입한 K모씨는 그해 여름부터 골치를 썩었다. 에어컨이 정상 작동되지 않았고 CD 플레이어도 고장이었던 것. 이상한 생각에 보닛을 열어본 K씨는 에어컨 전선 피복이 벗겨지고 파란 테이프로 둘둘 감겨져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크라이슬러 측은 “새차도 그런 상태일 수 있다”는 답변만 해 K씨는 일단 수리만 받고 ‘그래도 수입차인데 괜찮겠지’하면서 큰 문제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올해 초 주행 중에 타이어가 심하게 흔들려 점검을 받던 중, 2005년식 차에 2001년식 타이어가 장착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K씨는 크라이슬러 측에 강하게 항의했으나, 크라이슬러는 “차를 인도받을 때 확인하지 않은 건 소비자 잘못”이라면서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논쟁 끝에 결국 크라이슬러 측은 내용증명을 보내라고 했고, K씨는 증거사진 첨부해 보냈으나 크라이슬러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는 게 K씨의 주장이다.

K씨는 “8월 15일까지 답변을 듣고 싶다고 요구했는데 크라이슬러는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면서 “소비자연맹이라는 단체를 통해 고발이 들어가니까 10월 8일에야 답변이 날아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K씨에 따르면 크라이슬러 측은 이 답변에서 “소유자가 남국모터스에서 최초 차량 인도 시 타이어 제작일을 확인하지 않아 재고 타이어가 장착된 사유를 확인하기가 어려운 상태이며, 주행 중 차량이 흔들린 것은 편마모와 휠 얼라인먼트 문제로 추정된다”면서 “아직 무상 수리 기간이므로 수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크라이슬러 측은 새로 교체한 타이어 비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K씨는 주장하면서, 원래 굿이어 타이어로 장착돼 있었는데 국산 타이어로 교체해준 점도 불만이라고 털어놨다.

K씨는 “크라이슬러도 오래된 타이어가 장착된 점은 인정했다”면서 “애초에 고객을 정중하게 대했으면 이렇게까지 감정이 안 상했을 텐데, 고발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나오는 서비스 담당자 때문에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다임러한국(주)의 관계자는 "이런 이의제기는 본사에 보고된 바가 없고 처음 듣는 얘기"라면서 "문제가 된 제주 남국모터스는 현재 문을 닫은 상태여서 여러 경로를 통해 문제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과거 국산차의 경우 전시차를 몰래 새차로 속여 파는 사례가 간혹 있었으나, 고가의 수입차에서는 이런 사례가 매우 드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자동차 전문가는 "타이어의 수명은 일부 회사를 제외하고 3년 정도로 본다"면서 "제조과정에서 오래된 타이어가 끼워졌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확인하지 않고 출고한 것은 메이커 측의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다임러한국(주)은 크라이슬러와 짚, 닷지 등의 브랜드를 들여와 팔고 있으며, 국내 수입차 시장 6~7위권의 판매 실적을 보이는 업체다. 국내 수입차 중 최초로 전용 중고차 매장을 여는 등 판매규모가 적지 않은만큼, 소비자들의 민원 제기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다임러한국이 이번 일을 어떻게 마무리지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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