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 해외 아웃렛 확보 차원의 투자…SK ‘동남아 인사이더’ 속도
SK이노베이션의 사업 자회사 SK에너지가 베트남 최대 석유 유통업체인 ‘페트로리멕스(Petrolimex)’의 지분을 확보했다.
베트남 2위 석유 유통업체인 페트로베트남오일(PV Oil)의 지분을 2년 전 확보한 데 이어 1등 회사의 지분까지 취득하면서 현지 시장을 공략하는 데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가 지난해 베트남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리멕스의 지분 1.7%를 652억 원에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페트로리멕스는 베트남 내 5200여 개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베트남 주유시장 1위 업체로, 63개에 달하는 베트남 내 모든 행정구역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유일한 회사다. 이 회사는 2018년 기준 매출액 83억5000만 달러(약 9조6400억 원)를 기록했다.
SK에너지는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넘어 신규 시장을 발굴하는 차원에서 페트로리멕스에 투자를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베트남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장이고 해외 고정 아웃렛(Outlet)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지분 투자에 나서 사업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석유제품 시장은 연평균 5% 이상 고속 성장하고 있으나 정제시설의 부족으로 전체 수요의 3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기존에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에서 주로 석유제품을 수입했지만, 최근에는 한국산 제품도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의 베트남향(向) 석유제품 수출은 2015년엔 428만 배럴에 불과했으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인 2016년에는 1810만 배럴으로 늘었다. 이후 △2017년 2825만 배럴 △2018년 2322만 배럴 △2019년 2716만 배럴로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는 휘발유·경유 등 고부가가치 경질제품이 수출의 95% 이상을 차지하며 양질의 측면에서 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SK에너지는 2018년 베트남의 PV 오일의 지분을 5.23%를 사들이며 석유제품 판매처 확대를 꾀하기도 했다. PV 오일은 현지에서 주유소 500곳을 운영하고 3000곳에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주유소회사로, 페트로리멕스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SK에너지는 베트남 주유소 시장의 점유율이 80%에 육박하는 1, 2등 사업자의 지분을 모두 취득하며 현지 석유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판로를 확보하게 됐다. 당장 사업을 확대하기에는 미미한 지분율이지만, 향후 베트남 사업을 본격 확대할 때 이 회사들을 활용해 속도감 있는 공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SK에너지의 베트남에 대한 베팅은 SK그룹의 ‘동남아 인사이더’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
SK그룹은 2018년 2월 최태원 SK 회장의 주재로 동남아 지역 중장기 성장 방안을 모색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한 뒤 동남아투자회사를 설립하고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 국가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SK그룹은 2018년 8월 10억달러(1조1800억원)를 투자해 베트남 빈그룹 지분 6%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섰으며, 같은 해 9월에는 베트남 마산그룹 지분 9.5%를 4억7000만달러(5300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SK에너지 역시 베트남 외에도 다양한 동남아 국가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으며, 향후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SK에너지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미얀마의 석유유통그룹인 BOC 지분을 각각 17.5%씩 나눠 총 1500억 원에 확보했다.
당시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동남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