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동학개미, 미국 투자 성적표 나온다

입력 2020-04-1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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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규모로 해외 주식을 사들인 이른바 원정 ‘동학개미’의 성적이 내주 갈릴 전망이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사들인 대형 기술주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타격이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기업들의 1분기 부진한 성적표가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15일(현지시각) 월가 대형은행들은 반토막난 순익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3~4%가량 빠지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1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한 12억1000만 달러(약 1조4713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티그룹도 46% 감소한 25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코로나19 충격을 드러냈다.

실물 경제지표 역시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비관적 시장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S&P 500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1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09년 3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에너지업종 실적은 유가 급락에 영향으로 40.3% 가량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미국 기업의 1분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에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1분기 예탁원을 통한 외화증권 결제금액(매수·매도 결제 합계)은 665억8천만달러(한화 약 81조7천269억원)로 지난 분기보다 68.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미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시장별 외화 주식 결제금액으로는 미국이 지난 분기 대비 174.82% 급증한 229억2000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변동성이 큰 테슬라를 제외하면 대형 기술주를 대거 사들였다. 외화 주식 종목별 결제금액 1위는 미국의 테슬라로 1분기 14억7000만 달러가 결제됐다. 지난 분기 대비 764.7% 폭등한 수준이다. 이어 대형 기술주인 애플(11억5000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10억6000만 달러), 아마존(10억5000만 달러)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개인투자자들이 담은 대형 기술주들은 내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21일 넷플릭스에 이어 22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테슬라, 보잉, AT&T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23일에는 아마존, 인텔, 스타벅스, 3M 등이 예정됐다. 실적 발표에 따라 수익률 방향이 갈릴 수 있지만, 이미 시장 기대치가 낮은 만큼 오히려 대형 기술주의 주가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재윤 SK증권 연구원은 “시장 예상치가 워낙 낮아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소폭이라도 웃돈다면, 오히려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미 여러 거시지표에서도 부진을 확인한 만큼 기업들의 실적악화도 선반영된 것으로 보고,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짚었다.

이어 “S&P500 구성종목 내에서도 실적 기대감은 성장주에, S&P500보단 나스닥 종목에 대한 실적 기대감이 높다”며 “나스닥의 상대적 강세에서 나타나듯 실적의 영향을 덜 받는 IT를 비롯한 기술주가 불안감이 높은 어닝시즌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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