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매도 자제 발언 '공수표'에 불과
국내 증시가 연일 폭락장세를 연출하는 가운데 투신권이 주식을 연일 팔아치우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펀드런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0일 계속되는 신용위기와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를 본격 반영, 미국증시 대폭락 여파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장중 한 때 무려 110포인트 이상 대폭락하며 1200선이 붕괴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투신은 사흘째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팔자'세를 보이며 낙폭을 주도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고 이 와중에 기관별 순매도세를 살펴보면 사실상 투신이 대부분의 주식을 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후 12시 41분 현재 투신은 2691억원 순매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고 기관 전체 순매도 규모가 2758억원인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투신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이러한 투신권의 대량 순매도세는 최근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정체상태에 놓이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10월 들어 글로벌 경기침체가 점차 가속화되며 증시가 연일 폭락 장세를 연출함에 따라 펀드 환매 사태에 대비한 현금 보유 차원의 주식 처분으로도 충분히 해석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폭락 장세 속 투심 불안에 따른 펀드 환매 압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금융당국과 자산운용업계 담당자들이 펀드런은 없다고 연일 외쳐대도 주가 폭락으로 장이 어렵다는 것이 확인되는 만큼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고객사로부터 환매 요청이 들어오면 투신 입장에서는 주식을 매도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약세장 흐름이 분명한 상황에서 시장이 요구하는 만큼 주식시장의 적극적인 개입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으면 한다"고 운용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자산운용사 사장단들이 긴급 회의를 열고 과도한 주식매도를 자제하기로 합의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는 데 투자자들의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운용사들이 현 시점에서 저가 매수의 절호의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한편에서는 계속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투자자들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번쯤 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국내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주식시장 전체가 폭락하는 상황에서 이전의 주가 하락은 곧 추가 자금 투입에 따른 저가 매수 기회라는 등식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어느 순간부터 먹히지 않고 있다"며 "국내증시에 비이성적인 공포 심리가 진정세로 접어들지 않는 이상 당분간 이러한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