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문제는 빌 게이츠가 과거 에볼라 바이러스 출현 때 경고한 것처럼, 앞으로 변종된 바이러스가 반복적으로 창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가 바꿀 세상으로 언택트, 건강관리, 기후변화 리스크, 양극화를 주목하고자 한다. 각각의 테마가 산업별로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언택트 트렌드에서 가장 큰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업종은 미디어·엔터테인먼트다. 극장으로 향해야 할 발걸음이 안방극장에 머물면서 OTT(Over-the-Top) 서비스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넷플릭스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끊기 힘든 구독 경제 형태로 이용자를 묶어두는(Lock-in) 효과가 강력할 것이고, 콘텐츠 시장 확장에 따라 공급과 수요 측면의 신규 진입이 빨라질 것이다. 인터넷·게임은 콘텐츠 트래픽이 크게 증가하는 한편, 아직 대중화가 덜 된 웹툰, 웹소설 등의 저변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개인과 기업들의 트렌드 변화를 분석하기 위한 빅데이터 분석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음식료·유통은 온라인 쇼핑, 배달서비스, 간편식 소비에 대한 경험이 증가하면서 수요 확대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신규 고객은 새로운 변화에 보수적인 50대 이상의 시니어 세대일 가능성이 높다. 통신은 모바일 트래픽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5G 인프라 투자가 앞당겨질 것이다. 반도체는 온라인 교육, 재택근무, 원격의료, 화상회의 등의 확대로 서버용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건강관리 측면에서는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진단 기술이 요구될 것이고, 의약품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위탁생산 시장이 성장할 것이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면 우울증, 수면장애, 비만 등의 질병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슈퍼항생제나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가 활성화될 것이다. 가전제품의 경우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공기청정기, 건조기, 의류관리기, 식기세척기 등 건강가전이 필수 가전으로 자리잡고, 가전의 미래인 로봇도 다양한 영역에서 상업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원격의료는 국토가 넓어 의료 접근성이 낮고, 지역별 의료 수준 격차가 큰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한국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서비스 필요성이 재조명될 것이다.
자국 우선주의에 가로막힌 기후변화 리스크가 부각될 것이다. 유럽 등 주요국에서 연비와 배기가스 규제를 강화하면서 전기차의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2023년이면 총소유비용(TCO) 기준으로 내연기관차와 대등해질 것이고, 이후에는 전기차의 원가 경쟁력이 앞서며 침투율이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 유럽이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주도함에 따라 배터리 생산의 주도권도 한국으로 넘어오고 있다. 이미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가 중요한 투자 지침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E(환경) 요소뿐 아니라 S(사회책임), G(지배구조) 요소까지 전반적으로 관심이 확대될 것이다. 정부 및 기구들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저금리 환경에서 환경과 기후 리스크에 대비한 ESG 채권 발행이 확대될 것이다.
디지털 경제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자금 이동은 보다 양극화된 패턴을 보일 것이다. 전통 산업보다는 ICT 산업과 같이 성장성이 우월한 곳으로 유동성이 더욱 유입될 것이다. 자금 조달 여건이 차별화되면서 우량 기업에는 M&A 등을 통한 성장의 기회로 작용하겠지만, 저신용 비우량 기업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지금까지 코로나가 바꿀 모습을 그려봤고, 여기에서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택트보다는 따뜻한 사람 냄새가 나는 컨택트 시대가 좋고, 세계화가 진전되며, 인류애가 개인주의를 앞서는 세상이 지속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