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1대 총선] 정책·비전·인물 3무(無)에 막말 난무 '최악 선거 되풀이'

입력 2020-04-1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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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 인상 등 코로나에 당면 문제 고민 없이 '공수표' 남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서울 영등포 다목적 배드민턴 체육관에 마련된 영등포 선관위 개표소에서 관계자들이 개표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향후 4년간의 국회 의회 지형과 향후 정국을 판가름할 4·15 총선이 마무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치러진 이번 총선은 여의도 권력을 재편하는 의미를 넘어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2022년 대선 전초전 등의 성격을 가진 점에서 여야 모두 총력전을 벌였다. 하지만 선거전이 ‘진보’ 대 ‘보수’의 진영 대결로 흐르면서 제대로 된 정책 대결이 펼쳐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여야 모두 인적 쇄신에는 미흡했다는 평가다.

이번 선거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새 선거법이 적용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정치권의 관심이 높았다. 국회 구성의 다양성과 대의성을 확보하자는 것이 새 선거법의 취지였다. 하지만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자매정당을 만드는 등 각종 ‘꼼수’를 양산하면서 오히려 양당 체제가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다양한 비례정당이 난립하며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부분도 부작용으로 꼽힌다.

◇정책선거 사라지고 무리한 공약 난무 = 정부 임기 후반부에 치러지는 총선은 정책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일이 많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코로나19가 모든 이슈를 덮어 정책에 관한 판단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야당 역시 정책 대안을 전면에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은 소득주도성장이나 최저임금인상 등 정책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쟁점을 우회할 수 있었다”며 “야당은 여당의 정책을 원위치하겠다고만 주장했지,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고민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체 선거판을 아우르는 정책 이슈가 사라진 자리에는 각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의 무리한 공약이 난무했다. 수도권 여야 후보들은 4·15 총선 정책 공약으로 지하철역과 경전철 신설이나 GTX 노선 변경 등 대규모 교통 공약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들 공약 대부분은 예산과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공수표’에 그칠 공산이 크다.

◇선거제까지 바꿨지만 돌고 돌아 거대 양당만 = 이번 총선부터 적용된 새 선거법은 그동안 문제가 된 대규모 ‘사표’ 문제를 해소하고, 소수정당에 원내 진출의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2월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출범시켰고, 선거법 처리를 주도한 민주당마저 시민사회와 연합해 만든 사실상의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키면서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득권 양당 구도가 더욱 굳어지고 고질적인 대결 정치가 심해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사상 초유의 비례 위성정당은 사실 있어선 안 될 정당”이라며 “2개의 거대 정당이 비례정당으로 선거에 참여하면 국회 구성의 비례성을 강화하겠다는 선거제 개혁의 의미는 사실상 사라진다”고 말했다.

선거법 개정은 각종 정당이 우후죽순으로 난립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이번 총선에 무려 35개의 정당이 뛰어들면서 투표용지 길이가 48.1㎝로 늘었다. 이에 선거인이 기표할 정당을 찾지 못하겠다고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는 등 혼란도 가중됐다. 난립한 정당 가운데 일부는 영어 공용어화 추진, 인구 1억 명 실현, 북진통일 등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약을 내걸기도 해 정치 희화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6월 구성될 21대 국회에서는 공직선거법을 다시 개정하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의석수 논의 등 다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고 석폐율도 적용하고 사표를 최대한 방지하는 구조로 가려면 의석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국민이 단 한 석도 느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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