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연장된 '사회적 거리두기'…시민들 "답답하다" vs "적극 동참해야"

입력 2020-04-0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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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업 '틈새 마케팅'으로 여론 뭇매

(게티이미지뱅크)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 연장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아서다. 봄 날씨와 함께 시민들이 밖으로 몰리면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한몫했다.

정부의 강력한 권고에도 시민들의 이동량은 늘었다. 통계청과 SK텔레콤이 고객 모바일 빅데이터를 이용해 매주 토요일 개인 이동량을 파악해 분석한 결과 3월 말 1325만 건, 4월 초 1353만 건으로 집계됐다. 2월 초 1376만 건인 이동량은 본격적으로 코로나19 시국으로 접어든 3월 초에는 1015만 건으로 떨어졌다.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시민들은 물론, 따뜻한 봄 날씨를 즐기려는 사람이 늘어나자 이동량도 증가했다.

(뉴시스)

◇롯데월드·공원으로 몰리는 시민들 "집에만 있기 답답해"

정세균 국무총리가 5일까지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당부했다. 정부의 이같은 당부는 4월 초를 기점으로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젊은 층은 롯데월드나 클럽 등 실내로 향했고, 일부 시민은 공원을 방문해 봄 날씨를 만끽했다. 코로나19 시국이 장기간 진행돼 무감각해진 것도 이유지만 온종일 집에만 있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한 대학교에 다니는 황성호(21·가명)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밖에 나가서 놀고 싶은 나이기도 하고, 집에서만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더라"고 말했다. 황 씨는 이어 "집 밖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나는 괜찮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월드가 반값 할인 행사를 열어 사람들이 분노한다는 내용. (출처=Raphael Rashid 트위터 일부 캡처)

일각에서는 일부 기업이 '코로나19 마케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롯데시네마는 지난달 25일부터 종영 시까지 연가시·월드워Z·감기 등을 5000원에 볼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결국 롯데시네마는 이벤트를 취소하고 월드워Z만 특별 재상영했다.

롯데월드는 1일부터 '반값 할인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5만9000원의 성인 종합이용권(롯데월드+민속박물관)을 3만2000원에, 청소년 종합이용권 5만2000원을 2만8500원 등 절반가량 할인해준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서울에 사는 외국인 프리랜서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 인터넷 매체의 기사 링크를 올리며 "2주 더 연장된 사회적 거리두기 요구에도 실내 테마파크(롯데월드) 반값 입장권 행사로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적극 동참 요구하는 시민들…"다수의 희생에 무임승차하면 안 돼"

사회적 거리두리에 동참하고 있는 시민들은 이 사실을 접하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치료비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 한 명 한 명의 실천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할 정도로 전례 없는 상황이 펼쳐지자, 정부의 당부에 발맞춰 하루빨리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구에 사는 휴학생 고혜림(21)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되면서 힘이 빠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치료제나 백신 등 뚜렷한 대책이 나온 게 아니라는 점에서 실내나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건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밖에 잠깐 나가는 것 외에 밀폐된 공간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이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주부 이미진(40) 씨는 더욱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했다. 다수의 희생에 소수가 무임승차를 하면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맞벌이 부부인 이 씨는 코로나19로 아이들을 집에 데리고 있는 생활을 한 달 가까이 하고 있다. 그는 "개학이 자꾸 미뤄지는데 젊은 사람들이 놀러 나갔다가 확진자가 폭발하면 어떡하느냐"며 "기업들도 '틈새 마케팅'을 벌여서는 안 된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연구진 "사회적 거리두기, 생명 구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쉬우면서도 강력한 대응 방법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계산과학연구센터가 최근 진행한 ‘감염병 확산 모델링'에 따르면 2월 말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국내 코로나19 확산 세는 현재 이탈리아나 스페인 수준이 됐을 것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하루에 약 4000명의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

KIST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정부가 추진 중인 방역대책들이 예상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 씻기 등 기본 준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역시 유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시카고대 벡커 프리드먼 경제연구소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이는 미국 경제에 약 8조 달러(약 9752조 원)의 가치를 가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 경제적 효과까지 창출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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