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현장] 판교 곳곳 숨은 ‘선거열기’…”누굴 찍을지 몰라도 투표는 해야죠”

입력 2020-04-0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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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총선서 전국평균 대비 높은 투표율…‘인물론’보다 중앙정치 이슈에 민감

대선서 안철수 찍은 22% 표심 향배 관심…코로나ㆍ조국 등 민심 곳곳 변수도

▲4·15 총선을 11일 앞둔 4일, 경기 분당갑 선거구에 있는 벌말사거리에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은혜 미래통합당 후보의 선거 현수막이 걸려 있다. (유충현 기자 @lamuziq)
“제가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판교신도시 시민들에게 ‘이번 총선에서 어느 후보에게 투표를 할 생각인지’ 말을 건네자 돌아온 대답이다. “누가 나오는지도 모르는데, 누굴 찍을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하는 시민도 있었다. 4ㆍ15 총선이 11일 앞으로 다가온 4일, 경기 분당갑 선거구의 판교신도시에서 만난 시민들의 답변은 대부분 비슷했다.

이곳은 현역의원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MBC 언론인 출신 김은혜 미래통합당 후보가 맞붙는 곳이다. 이들에게 선거에 출마하는 여야 후보의 간략한 정보를 제공한 뒤 다시 물어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 때문인지 선거라는 실감이 나지 않네요. 사실 아직 깊게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유모차를 밀던 30대 여성은 이렇게 말하고 곧바로 가던 길을 재촉했다.

속마음을 꺼내 보이는 데는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사실 분당갑 유권자들은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편이다. 지난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이 지역의 투표율은 66.4%로 전국 평균 투표율(58%)보다 훨씬 높았다. 2017년 치러진 이후 치러진 19대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투표율은 83.88%와 65.42%로 같은 시기 전국평균인 77.2%, 60.2%를 각각 5%포인트(P) 이상 웃돌았다. 이 같은 수치는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다만 지역에 출마한 총선 후보에 관한 관심은 유권자들의 관심은 높지 않았다. ‘김병관이는 어떻다, 김은혜는 어떻다’는 흔한 인물평도 들을 수 없었다. 주민들이 살기 시작한 지 길게 잡아도 3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신도시 지역이다 보니 후보 개인의 ‘인물론’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반면, 중앙정치와 시사 이슈에 민감한 경향이 있다는 평가다.

거리에서 만난 주민 가운데 상당수는 정치적인 의사표현을 주저했지만, 투표 의사를 묻는 말에는 “투표를 하긴 해야죠”라고 분명히 말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의당에 투표했다고 밝힌 60대 남성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민주당도 싫고, 통합당도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며 “남은 기간에 잘 생각해보고 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당 사람 중에 어느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주변에도 ‘회색 유권자’가 많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확실하게 마음을 정하지 못한 중간층 유권자들이 총선 결과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총선에서 염오봉 국민의당 후보의 득표율은 14.45%였으며, 2017년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득표율은 21.95%였다.

정당 외에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우선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꼽힌다. 특히 이 지역은 병원 내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서현동 분당제생병원이 위치한 만큼 지역 주민들의 민감도가 극도로 높았던 곳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주민들의 불편과 불안이 높았던 만큼 ‘정부 책임론’이 작동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다.

교육열이 높은 지역인 만큼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불거진 입시 논란의 여진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서현역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서현동에서 만난 자영업자 박 모(40대ㆍ여) 씨는 “이 동네는 교육에 민감하다”며 “특히 입시 문제는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역 앞에서 만난 30대 남성도 “주변 대부분이 선거에서 민주당을 찍는 사람들인데 ‘조국 사태’는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며 “IT업계에 이공계가 많은데 많이들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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