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수출, 4월부터 감소 전망…글로벌 완성차 업계 '현금 조달' 준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본격화하며 주요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유럽 신차 판매가 사실상 마비됐다. 국내 완성차 업체도 수출 차종을 위주로 감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5일 차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판매는 지난달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년 같은 달보다 미국이 33% 감소했고,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85% △프랑스 72% △스페인 69% △독일 38% 등에서 판매가 급감했다.
생산 공장이 가동을 멈췄고 판매점도 문을 닫은 데다가 수요 자체도 줄어든 탓이다.
결국, 한국의 자동차 수출도 이달부터는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에 자동차 수출은 소폭 늘었지만, 여기에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달부터 주요 수출시장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지역봉쇄를 확대하면서 판매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완성차 업계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수출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생산 계획에 변화를 주고 있다.
먼저 현대차는 생산계획을 주 단위로 짜며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하기로 했다.
한국지엠(GM)도 미국 시장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생산한 40만9830대 중 23만774대를 수출할 정도로 수출 비중이 크다.
쌍용차는 이미 순환 휴업에 들어갔다. 유럽산 부품 조달 차질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판매 부진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올해 본격적으로 유럽시장을 공략할 계획을 세웠지만, 코로나19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미국과 유럽 판매 비중이 높은 자동차 업체들은 시급히 현금 조달에 나섰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는 2일(현지시간) 재무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12억 유로의 신규 자금 확보에 나섰다.
올리버 집스 BMW 회장은 직원들에게 "3월 실적이 30년 만에 최악이고,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선 대기업도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며 "유동성 확보 등 대대적인 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토요타는 지난달 미쓰이스미토모 은행과 미쓰비시 UFJ 은행에 5000억 엔씩, 총 1조 엔(약 11조1953억 원)의 한도 융자를 요청했다. 이 회사는 미국과 유럽 수출 수요가 줄어들자 3일부터 렉서스 생산 설비를 포함해 일본 내 5개 주요 공장 가동을 멈췄다.
국내 자동차 업계도 해외 공장을 연이어 셧다운(일시 폐쇄)하고 있어 중소 협력업체의 도산과 산업 생태계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국내 완성차 5사(현대ㆍ기아ㆍ한국지엠ㆍ르노삼성ㆍ쌍용)와 부품업체 5개사를 조사한 결과 일부 완성차 업체는 이달 이후 유동성 악화에 대비해 임금 지급 유예나 삭감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품 업계도 상황이 심각했다. 부품업체들은 지난달 매출이 이미 20~30% 감소했고, 이달부터는 감소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며 생산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해외 공장을 운영 중인 업체는 신속한 부품 수급을 위해 항공 운송비가 추가로 발생하며 이달 2주차 이후부터 유동성 문제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체들은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운영비와 출장비 등을 최소화할 계획이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AMA는 업계의 유동성 문제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으로 △긴급운영자금 지원 △기업어음 인수 지원 △법인세/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 납부 유예 및 감면 △채권시장안정펀드 규모 확대 △P-CBO(회사채 담보부증권) 시행시기 단축 등을 제시했다.
정만기 KAMA 회장은 “한국은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국내 요인으로 인한 공장 셧다운은 없지만,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생산 차질과 수요위축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우리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도 붕괴할 위험이 있고, 특히 중소협력업체들의 줄도산이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