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도 내다 파는 기업…“단기자금 의존에 기업 신용 우려 커져”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마비’ 사태로 국내 상장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업들은 만기 1년 이하인 단기차입금을 늘리고 유형자산 처분에 나서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상장사 ‘단기차입금증가 결정’ 공시는 24건이다. 전년동기(12건)과 전달(11건)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단기차입금증가결정 공시는 기업이 직전 공시한 단기차입금잔액보다 특정 기준 이상 단기차입금을 늘리기로 결정한 경우 공시한다. 이때 ‘단기차입금’은 실제 단기차입 실행 규모에 더해 ‘마이너스통장’격인 단기차입 한도설정액까지 포함한다.
지난달 공시를 통해 증가를 결정한 단기차입금은 8조2693억 원으로 전달(1조1125억 원) 대비 737% 급증했다. 지난해 같은 달인 3조399억 원보다는 272% 늘었다.
지난달 단기차입금 증가액 중 필요할 때 단기차입할 수 있도록 한도설정액을 늘린 규모가 6조1478억 원(74.8%)이다. 나머지 25.2%는 차입을 바로 실행하는 규모로 2조715억 원이다.
지난 31일 하나금융지주는 자회사인 하나금융투자가 유동성 추가 보강 목적에서 2조 원 규모의 금융기관 차입 한도를 신규 설정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단기차입금을 400억 원, 롯데칠성음료는 2500억 원 늘리기로 했다. 단기차입금을 330억 원 늘리기로 한 제이에스코퍼레이션 측은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충분한 중장기 유동자금을 사전에 비축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대부분 기업이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와 기업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단기차입금 증가를 결정했다.
또 차입금을 상환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보유한 유형자산을 처분하는 상장사도 늘고 있다.
지난달 유형자산 양도결정 및 처분결정 공시만 12건으로 전년 동월(4건) 대비 3배 늘었다. 유형자산의 양도 및 처분예정가액 합산은 1조36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2141억 원)보다 484% 급증했다.
이마트는 지난달 25일 재무 건전성을 제고하고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마곡도시개발사업 업무용지 CP4구역’을 8158억 원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파인디지털, 일정실업, 스타모빌리티 등도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차입금을 갚기 위해 보유 부동산을 시장에 내놨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이 향후 영업현금흐름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부채를 확대하고, 특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단기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며 “기업의 크레딧(신용) 측면에서 가장 좋지 않은 모양새”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