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세계경제를 삼켜버린 ‘코로나19’ 출구 찾기

입력 2020-03-3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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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전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던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의 확진자 수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자 결국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인,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웃도는 2조2000억 달러 규모의 긴급 경제회생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에 더해 지나치게 보수적인 재정정책을 고집하고 있다는 수십 년 동안의 비판에도 꿈쩍하지 않던 독일 정부도 GDP의 30% 수준에 달하는 긴급 경제회생 전략을 발표하였다. 선진국들의 이런 전례 없는 특단의 조치는 이번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전대미문의 위기인지 방증한다.

일부 느긋한 경제사학자들은 이런 팬데믹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즉 비교적 가까이는 1918~1919년에 걸쳐 유럽을 중심으로 발호했던 스페인독감은 전 세계에 걸쳐 약 5000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으며, 그보다 일찍이 14세기 흑사병의 경우 전체 유럽 인구 3분의 1 이상의 사망자를 초래했던 과거를 돌이켜 보면, 지금의 코로나 사태가 전대미문이라는 주장은 호들갑이라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이들은 흑사병이 유럽 농노의 절대 감소를 초래하면서 농노에 의존하였던 중세 봉건사회가 붕괴하고 근대 시민사회를 열어주는 사건이었으며, 스페인독감 역시 산업의 자동화와 혁신을 촉진하였다고 해석하면서, 이번 코로나 사태도 비슷한 역사 발전의 추동력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예단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충격과 뼈아픈 통증에도 불구하고 투기적 자본으로부터 세계 경제를 지킬 수 있는 안전망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그리고 트럼프 같은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분노할 줄만 알고 이성적 분별력을 상실한 유권자들의 정치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에 더해 인류가 지속적으로 환경 파괴를 확산시켜온 결과 첨단 바이오 테크놀로지를 무력하게 만드는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는 현실에 우리는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모든 역사적 충격과 통증은 결국 역사 발전의 동력이라는 기계적인 해석에 안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시킨다. 그래서 우리는 중세 유럽의 흑사병과 20세기 초의 스페인독감, 그리고 최근의 세계 금융위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위기로부터의 벗어날 수 있는 출구를 새로이 찾아야 한다.

첫째, 세계 각국이 전에 없던 수준의 초강력 위기대응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그것은 단순한 경제위기가 아니라 팬데믹 대응책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제시된 정책의 대부분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나왔던 양적완화를 중심으로 하는 확장적 통화정책과 동시에 진행되었던 확장적 재정정책의 규모를 좀 더 확대한 형태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와 같은 근시안적 정치인들은 여전히 이번 코로나 사태와 지난 세계 금융위기와의 본질적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발 부동산 거품 붕괴에 의해 초래된 유동성 위기였던 만큼, 이로 인한 심리적 위축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확장적 통화-재정정책이 비교적 효과적으로 위기극복에 기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코로나 사태는 심리적 위축의 문제가 아니라, 생사가 걸린 사회적 격리가 강제되는 상황이다. 즉 코로나바이러스를 실질적으로 제압하기 전에는 확장적 통화-재정정책이 모두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섣부른 경제활동 활성화 이전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공조를 통해 실효성 있는 바이러스 억제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코로나 사태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지변이라는 점이다. 박쥐와 같은 야생동물이 최초의 숙주가 되어서, 급기야 인간에게도 전염이 가능하게 되는 바이러스는 바로 우리 인간이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즉 무분별한 산업화를 위한 환경훼손의 결과로 야생동물의 반격이 시작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에 못지않게 신종 바이러스를 창궐하게 만든 주요 원인은 사회적 약자를 착취하고 약탈하는 사회시스템이라는 것이다. 20세기 문명국가의 상징이었던 미국이 전염병 창궐 국가가 된 배경에는 오마바 행정부가 어렵사리 마련하였던 보편적 의료보험체계인 오바마케어는 물론 미국의 전통적 사회안전망을 취임 이후 모두 파괴해버린 트럼프 대통령의 실정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점들을 돌이켜보면 적어도 미국에서의 코로나 사태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인 것이다.

이런 인재에 대응하기 위하여 쏟아내는 2조2000억 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의 상당 부분은 미국의 대기업과 대형 금융회사를 포함한 기업들의 급전 마련을 도와주는 회사채의 무제한 매입에 활용될 예정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하여 뿌려진 헬리콥터 달러가 결국 대부분 대형 금융회사들의 회생에 활용되었던 과오가 똑같이 반복될 형세다. 친환경 정책과 친서민 정책이 동시에 회복될 경우에만 지금의 인재를 극복할 수 있는 물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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