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금감원 설립 당시의 취지를 되돌아보자

입력 2020-03-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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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 변호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얼마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금융감독원(금감원)을 특별감찰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감찰의 목적에 대해서는 DLF 사태 발생에 대한 문책설, 라임자산운용 폰지사기 등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계속되자 진상조사를 한 것이라는 설, 금감원 감독부실이나 금융기업에 대한 과도한 징계 때문이라는 설 등등 다양한 추측들이 난무했다.

그런데 특별감찰을 한 목적이 무엇이든, 국가기관도 공공기관도 아닌 금감원을 상대로 민정수석실의 특별감찰은 ‘닭 잡는 데에 소 잡는 칼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금감원은 예산 편성에서부터 직원 출퇴근 점검까지 금융위원회(금융위)로부터 철저한 감독을 받고 있고, 매년 감사원으로부터 이런저런 이유로 집중 감찰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대형 금융사건이 터질 때마다 검찰 압수수색의 단골이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이 아니면서 매년 감찰, 감독이 되풀이되는 곳은 우리나라에서는 아마도 금감원이 유일할 것이다.

또한 주요 언론사들도 금감원에 대해서는 대부분 우호적이지 않다. 금융위 등 정부부처와 달리, 금감원은 그 역할을 다른 조직으로 대체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냉정하게 비판받아야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기사나 보도에 대해 반박할 힘이 없는 약자이기 때문에 비판과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이라면 옳지 않다.

사실 금융권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금감원은 기재부, 금융위, 감사원에 비해 매우 미미한 조직이다. 금감원의 권한이라는 것도 금융위로부터 위탁받은 업무에 불과해 독자적 권한은 없는 셈이다. 위탁받은 업무라도 그 실질적 효력은 금융위의 최종 결재를 받아야만 비로소 가능한 것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형사소송법상 아무 제한이 없는 ‘고발’조차도 금융위 허가가 없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에 누가 더 금융 권력기관인지는 자명하다. 그렇지만 금융위에 대해 민정수석실이나 감사원이 대대적 특별감사나 감찰을 시행했다는 보도는 접한 적이 없다.

본래 금감원은 1997년 IMF사태 이후에 탄생했다. 그 전에는 금융기업에 대한 감독업무는 은감원, 증감원 등 여러 조직으로 분산돼 있어서 통일적이고 실효성 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IMF사태를 야기한 ‘관치금융’이라는 후진적 행정에서도 탈피할 목적으로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아닌 독립적인 민간 특수법인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런 배경과 목적으로 1999년 금감원이 설립됐고 20여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오늘날 나름 의미 있는 역할과 확고한 위상을 구축했지만 설립 당시의 순수한 목적은 온데간데없고 금융위, 감사원, 검찰 심지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이르기까지 외부의 간섭이나 통제가 일상화돼 버렸다. 이제 와서는 금감원이 반쯤은 정부부처가 된 것처럼 보인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금융위, 금감원을 합쳐 금융청을 만드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감찰도 자연스러운 모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 기관의 합리적인 위상 확보가 안 된다면,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경제대국이 이미 20여 년 전에 증명된 후진적인 ‘관치금융’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힘들 것이다. 또, 대부분의 관공서들이 그러하듯 크라우드펀딩, 비트코인, 블록체인 등 급속히 진화하는 핀테크 시장에 신속히 대처하는 것조차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권한 없이 책임만 있는 조직은 말이 안 된다. 이제는 원래 금감원에 속했던 것, 설립 당시의 순수한 금융기업·금융시장에 대한 감시와 감독(watch dog)을 하는 온전한 기능을 금감원에 되돌려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 것이 진정 투명한 금융시장을 보장하고, 경쟁력 있는 금융기업을 이루는 첩경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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