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코로나 파고에 스타트업이 위험하다

입력 2020-03-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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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IT중소기업부장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공포에 전 세계 증시의 시가총액은 최근 한 달간 3경2000조 원 가까이 줄었다. 국내 증시도 쑥대밭이다. 6만 원을 넘던 국내 1위 삼성전자 주가는 4만 원대 중반으로 주저앉았고, 현대차 주가는 10년 전으로 회귀했다. KT의 주가는 1997년 IMF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동안 세계 증시, 특히 미 증시는 상당히 과대평가된 측면이 많았다. 투자 업계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미국 증시가 폭락하기 전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9까지 상승했다. 이는 2000년대 초 닷컴버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예일 대학의 로버트 실러 교수가 만든 경기조정 PER는 당시 32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미국의 금융위기 발생 전 해인 2007년 수준을 훨씬 넘는 수준이었다.

결국 버블이 상당히 끼어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결정적으로 조정의 빌미를 제공했다. 다시 말해 엄청난 버블 상태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금융 시장이 급랭하면서 기업들도 초비상이다. 대기업들마저 생산과 투자 모두 급제동이 걸렸다. 다음 차례는 ‘스타트업’이다. 몇 년 동안 국내 스타트업들은 수익이 없음에도 막대한 투자를 받아 성장해 왔다. 몇몇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등 성과를 보이기도 했지만 상당수, 아니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별다른 수익 구조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최근 세계 금융 시장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달러 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생산과 투자는 올스톱 상태에 들어가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추가로 엄청난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내 스타트업들의 고평가된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정부의 막대한 돈 쏟아붓기가 한몫했다. 지난해 벤처투자 규모는 4조 원을 넘었다. 역대 최대다. 벤처투자액 증가에 따라 국가별 벤처투자 비교지표인 한국 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은 0.22%로 상승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국에 이어 4위권이다. 올해는 더 많다. 제2벤처붐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올해 1조9000억 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펀드 결성은 총 4조 원 후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거품’ 붕괴다. 아직까진 잠잠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태풍 속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몇 년 동안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결과가 결실을 맺기 전에 엄청난 버블 붕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닷컴버블 붕괴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당시 엄청나게 많은 이들의 투자가 휴지조각이 됐고, 그 결과 10년 이상의 벤처 빙하기를 겪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겨우 살아난 벤처 투자가 다시 빙하기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새롭게 생겨나는 스타트업들, 이제 자리를 잡고 한 단계 점프해야 할 스타트업들, 죽음의 계곡에 들어선 스타트업들. 거품 붕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최근 몇 년간 가꿔 온 벤처 투자 생태계는 다시 20년 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스타트업들의 자구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몸집 불리기에서 벗어나 수익성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문제는 정부다. 그동안 정부는 민간 중심의 벤처생태계 구축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 왔지만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민간 부문의 공격적인 투자는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스타트업을 위한 긴급 단기 운영 자금 지원과 과감한 규제 개혁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제2의 벤처붐을 이어갈 특단의 선제 조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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