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으로 상장사 주가가 급락하면서 코스피 주가 수준이 청산 가치 아래로 떨어졌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의 확정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4배(20일 종가 기준)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1450선까지 후퇴한 19일에는 0.59배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코스피 PBR은 구성 종목의 시가총액 합계를 자본 총계 합계로 나눈 비율로,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 가치(청산 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돼있다는 뜻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확정 실적 기준 PBR 0.59배는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0.65배는 2003년의 최저치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피 주가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12개월 선행 PBR 역시 바닥권 수준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개월 이후 순자산 예상치를 바탕으로 산출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BR은 0.58배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전체 22개 업종 가운데 19개 업종의 12개월 선행 PBR이 1배를 밑돌았다.
전기가스업의 12개월 선행 PBR이 0.16배로 가장 낮았고, 은행(0.17배)과 보험(0.22배), 철강·금속(0.26배), 증권(0.36배), 유통업(0.49배) 등도 12개월 선행 PBR이 0.5배에 못 미쳤다.
주요 코스피 기업 10곳 중 7곳은 주가가 청산 가치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 기업 190곳 중 74.2%인 141곳은 12개월 선행 PBR이 1배 미만을 기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지수는 상장 기업의 이익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데, 코스피 1500선 미만은 상장사 순이익이 60조 원 미만일 경우의 적정 주가 영역”이라며 “현재 순이익 예상치(약 100조원)가 추가로 하향 조정될 여지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최근 주가지수는 비관적 전망을 과도하게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나정환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는 가치평가(밸류에이션)로 바닥을 확인할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코로나19가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같이 큰 쇼크를 발생시킨다면, 증시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