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국내 금융시장 여건이 실물 경기에 본격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기업들의 차입 여건 악화를 반영한 신용 스프레드가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고 지난 8월 기계발주액 감소는 설비투자 경기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구제금융안이 지난주 의회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금융시장이 빠른 시일 내 안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자산가격 버블 붕괴 현상 역시 전세계에 걸쳐 진행되는 등 실물 경기 악화로 확산되고 있다.
6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기업들의 차입 여건 악화를 반영해 7월부터 신용 스프레드가 대폭 확대됐으며 8월 기계발주액은 감소해 향후 설비투자 경기가 더욱 악화될 있다며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8월 중 기업과 가계 대출금리는 2001년 하반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진한 고용 여건과 주가 및 부동산 가격 조정 속 가계의 소비 여력은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가계의 대출금리 상승은 가계 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로 이어져 소비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그동안 미국발 악재는 주로 금융시장에서 나타났는데 대외 수요 위축으로 지난 9월부터는 수출 증가세도 실질적으로는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와 같은 금융시장 불안으로 향후 국내 경기 하강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신익 LIG투자증권 연구원도 "현재 가계 소비심리 악화를 초래하고 있는 주요 불안요인은 달러-원 환율 상승에 있다"며 "소비자기대지수 변동성에 대한 환율(시장평균) 및 금리(CD유통수익률)의 기여도는 각각 55%, 45% 수준인 것으로 분석돼 현 시점에서 분기 평균 환율이 10원 상승할 경우, 전체 가계의 평균 소비지출액은 1분기 이후 0.48%포인트 감소, 2분기 이후 0.50%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설비투자 및 기계수주 둔화세는 금융불안에 따른 자금경색 및 환율상승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에 기인한다"며 "기대 인플레 지속에 따른 채산성 악화 가능성도 기업신규 설비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현재 국내경기는 본격적인 둔화국면에 진입, 올 연말까지 이러한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현재 구조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글로벌 달러화 수요 증가에 기인한 환율 상승과 미국 금융시장에 못지 않은 국내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 상승은 미국 금융시장 불안 문제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님을 시사한다"며 "국내 유동성 부족 우려가 높아지며 기업과 금융기관의 자금경색이 심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