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이차함수’ 탄생…대학도 학원도 너무나 즐거운(?) 사이버 강의

입력 2020-03-18 16:45수정 2020-03-1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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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자 다들 모였나?”

텅 빈 스튜디오에 보이는 건 단 한 대의 카메라. 속속들이 ‘입장’을 알리며 들어오는 사람들.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풍경. 첨단 사회라 가능한 실시간 ‘사이버 강의’가 이뤄지고 있는 한국의 모습입니다.

코로나19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대학과 학원가가 면대면 수업 대신 사이버 강의로 학생들을 찾았습니다. 성적에 민감하고 출석에 예민한 한국에서 벌어지는 전국의 사이버 강의에 배꼽 잡는 사연들도 쏟아지고 있는데요.

평생 대학 단상에서 학생들을 맞았던 교수님이 온라인 스타강사로 등극하거나, 유튜브로 매번 강의를 진행했던 학원 강사들이 갑자기 쏟아진 온라인 수강생에 당황하는 일들이 빈번하죠.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코로나19 사태 속 사이버 강의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BJ이차함수’가 대표적인데요. 이 웃지 못할 별명의 주인공은 관악정예학원(스튜디오: 내손정예학원) 원장 장현우 선생님입니다.

장현우 선생님은 16일 그냥 평소처럼 학원 학생들을 위한 강의를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정원이 50명이 안 되는 동네의 자그마한 학원인 정예학원 유튜브 채널에 심상찮은 인원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몰려든 50여 명의 인원에 장현우 선생님은 “아니 이런 동네 학원 강의에 뭐가 궁금해서 오셨나요?”라고 되물으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죠. 사이버 강의에 삼삼오오 모인 시청자들은 장현우 선생님의 어색해하는 모습과 이 상황에 재미를 느껴 해당 강의를 각종 커뮤니티에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몰려든 100명의 시청자. 너도나도 나이, 사는 곳, 수학 질문들을 쏟아냈고, 마치 전문 BJ처럼 위트 있게 받아치는 장현우 선생님의 재치에 더 많은 시청자가 유입됐죠.

흥분한 장현우 선생님은 “200명이 모이면, 수업 접고 칠판 스크린에 롤(리그 오브 레전드) 켭니다”라는 공약을 외치고야 마는데요. 결국, 그 숫자는 이뤄졌고 학원 칠판에 게임 롤이 중계되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롤 게임 BJ 저리 가라 한 말발(?)에 무려 7000명의 시청자가 동시 접속하는 ‘슈퍼스타 BJ’가 탄생하고 말았죠.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강의 제목이 ‘이차함수’였던 터라 ‘BJ 이차함수’로 불리게 된 장현우 선생님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제의에 장현우 선생님은 당황함이 섞인 상기된 말투였는데요. 유명인사가 된 소감을 묻자 “유튜브에 제 영상을 편집해 놓은 영상을 봤어요. 너무나 감사해요. 제가 뭐라고…”라며 “5년 전부터 시작했던 실시간 강의가 이렇게 터지는 날이 오다니 신기합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10년 전 제자들까지 연락이 왔어요. 너무 고맙고 반가웠어요. 제가 군대를 늦게 갔는데 훈련소 동기들까지 축하 인사가 오더라고요”라고 달라진 주변 반응들도 알렸습니다.

BJ이차함수 등장에 각종 커뮤니티에선 장현우 선생님에 대한 이력이 떠돌기도 했는데요. 이에 장현우 선생님은 “수학 강의를 15년째 하는 39세 학원 원장일 뿐이고요. 커뮤니티에 올라온 학력은 사실이 아닙니다”라며 잘못된 정보를 정정하는 침착함까지 보였죠.

갑작스러운 롤 중계에 학생들은 적잖이 당황하지 않았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는데요. “보강 수업이었고, 앞에 앉은 2명의 학생에게 계속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냈어요”라며 뒷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장현우 선생님은 끝나고 난 뒤 학생들에게 거듭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고 하죠.

하지만 학생들은 “선생님 재밌었어요”라며 쿨한 뒷모습만 남겼는데요. 인터뷰 막바지에 장현우 선생님은 “이렇게 빵 뜨게 만들어준 학생들에게 한턱 쏴야겠다”라는 통 큰 공약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아 해당 방송 이후로는 비공개 사이버 강의로 진행했다고 하는데요. 장현우 선생님은 “정식 강의 외에 소통하는 채널을 만들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며 슈퍼스타 BJ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사이버 강의가 만들어낸 스타는 대학가에도 넘치는데요. 어색하고 당황스러운 교수님의 모습에 친근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어우러진 ‘재미있는 사이버 강의 생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갑자기 노래를 부른 교수님도 등장했는데요. 멋들어진 교수님의 노래 한가락에 ‘별풍선’을 쏘는 학생들까지 그야말로 ‘소통 강의’의 결정체가 아닐까요.

교수님의 NG 아닌 NG 강의에 폭소가 터지고, 오디오가 꺼지는 바람에 출석체크를 못 한 학생들이 노트에 ‘네’라고 적어 화면에 비추는 저세상 출첵도 생겨났죠. 화면에 등장한 무음 출첵(?)에 학생들의 웃음이 한동안 이어져 강의가 일시 정지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학생들이 개별 오디오를 끄지 않아 문제가 되는 상황도 있었는데요. 강의 도중 급작스레 발생한 한 가정의 ‘모녀전투’가 1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실시간 중계돼 버린 것이죠. 대학생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에는 “○○아, 빨리 오디오 꺼라”, “○○야 지금 엄마랑 싸우면 안 돼”라는 급박한 메시지가 올라와 웃음을 자아냈죠.



코로나로 전국이 왠지 모를 ‘우울감’에 사로잡혀 있는 지금. 곳곳에서 들리는 재미있는 사연들에 잠시나마 미소 짓게 되는데요.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도 순간의 재미를 찾고 이를 이겨내는 그들의 ‘긍정 기운’에 내일도 웃음 짓는 하루이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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