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의 경제학] 90년대 휩쓴 '떡볶이 코트'…17세기에도 입었다고?

입력 2020-03-16 15:55수정 2020-03-1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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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잭 니콜슨(왼쪽)이 떡볶이 코트(더플코트)를 입고 출연한 모습. (출처=영화 '애정과 욕망' 캡처)

"추우니까 코트 입고 가. 떡볶이 코트 걸어놨잖니."

1990년대 초반. 떡볶이 코트는 겨울철 얇은 교복을 보완해주는 필수템이었다. 두께나 디자인은 일반 코트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단추 모양이 '떡볶이'와 비슷해 떡볶이 코트라고 불리며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교복만큼이나 흔하게 볼 수 있던 옷. 중고등학생 자녀가 여러 명인데 떡볶이 코트가 하나라면 아침마다 서로 입겠다며 싸우는 모습도 흔했다.

큰 인기를 누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새 옷을 찾기 시작했다.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옷장 한구석에 걸려있던 떡볶이 코트. 그러다가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히트하면서 다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제는 필수템을 넘어 '기본템'으로 자리 잡은 것.

(출처=몽고메리 잉글랜드 홈페이지 캡처)

◇90년대 템 떡볶이 코트…알고 보니 17세기 유물?

국내에선 80년대 후반부터 입기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역사가 깊은 옷이다. 떡볶이 코트의 원래 이름은 '더플코트(Duffle Coat)'인데 17세기에 벨기에의 더플이라는 지역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지역에서 만든 거친 모직물을 지역명을 따 더플로 명명했고, 이를 활용해 코트와 텐트, 가방을 만들었다. 군대에서 메는 '더플백'이 그중 하나다.

특히, 바닷바람이 매서운 북유럽 지방에서 일하는 어부들은 방한복으로 더플코트, 그러니까 떡볶이 코트를 애용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후드 모자, 큰 주머니가 추가되면서 지금의 외형을 갖췄다. 이처럼 벨기에 작은 지역과 일부 북유럽 국가 어부들이 입던 떡볶이 코트. 이후 세계 무대에 데뷔(?)한 것은 다름 아닌 전쟁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뒤, 영국군은 떡볶이 코트의 보온성과 실용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전인 1860년대부터 영국 해군을 중심으로 이미 보급됐지만,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육군 장교들도 떡볶이 코트를 입었다. 영하의 온도에서 버틸 수 있는 보온성은 물론 두꺼운 장갑을 착용하고도 옷을 여미고 풀 수 있는 디자인 덕에 군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90년대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떡볶이 코트를 사준 데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한 장면. (사진제공=tvN)

◇'응답하라 시리즈'가 소환한 열풍…"편한 게 장점"

2000년대 들어 보기 어려워진 떡볶이 코트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기점으로 부활했다. 박보검과 혜리, 고아라 등 출연 배우들이 입고 나오자, 시청자들도 옷장에서 떡볶이 코트를 꺼냈다. 새로 산 사람도 많았지만, 견고한 더플 소재 덕에 오래된 옷을 다시 입어도 낡아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다른 옷에 비해 유행을 적게 타는 점도 한몫했다. 대체로 민무늬나 체크무늬가 주 디자인이고, 베이지색과 남색, 검은색 등 시간이 지나도 입을 수 있는 색상이라서 10년, 20년이 지나도 꺼내입기에 부담이 없다. 동네에서 친구를 만나거나 장을 보러 갈 때 입기에 무리가 없는 것. 격식을 차려 옷을 입을 때 이 옷을 입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떡볶이' 모양의 단추가 이 코트의 특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스테디셀러가 된 떡볶이 코트…이젠 '기본템'

응답하라 시리즈를 기점으로 지금까지 떡볶이 코트는 꾸준히 팔리는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 11번가에서 떡볶이 코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이상 판매가 늘었다. 2015년 1월, AK몰에서는 한 달간 1억4000만 원어치가 판매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95배 늘어난 수치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의 떡볶이 코트인 '로파이 더플코트 유니섹스'는 지난 한 해 1800벌 이상 팔렸다. 이 밖에도 수많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떡볶이 코트를 판매하면서 사실상 '기본템'의 입지를 굳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남성과 20~30대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신사 통계에 따르면 전체 구매자 중 19~24세가 45%, 25~34세가 41%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남성이 73%로 남성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AK몰 관계자 역시 "판매량의 70%가 남성복 브랜드에서 발생했다"라고 설명했다.

겨울 끝자락을 지나 봄이 눈앞에 온 지금, 떡볶이 코트로 꽃샘추위를 이겨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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